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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선생님의 사과

“저는 제 아들을 잘 압니다. 제 아들은 자주 예의가 없으며, 남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기 생각을 여과없이 이야기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들의 말만 듣고 무조건 아들의 편만을 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눈을 크게 뜨고 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번 만은 다른 것 같습니다.”

아들의 카운슬러 선생님은 조용히 메모를 한다.

“아들은 그 날 밤 잠을 못잘 정도로 괴로워했습니다.”

나는 건너 편의 두 분 선생님을 보면서 말했다. 두 분은 얼마 전 아들을 불러다가 두 분이 함께 아들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아들에게 심한 모욕을 주는 말씀을 하셨었다. 아들은 억울한 마음에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 달려 갔다. 교장 선생님은 해당 교사 두 분과 자신 이외에 교감 선생님, 카운슬러 선생님 그리고 아들과 우리 부부를 불러 회의를 열었다.

‘君師父一體’의 문화를 아직 지니고 있는 나에게 아들의 선생님을 상대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논리를 펴는 일은 여간 힘들지가 않다. 또 아들이 자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남의 탓을 먼저 하는 말썽꾸러기라서 늘 신중해야 한다.

문제는 아들이 선생님들의 지시를 권유 정도로 이해하고 자기 맘대로 해석하면서 따르지 않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선생님들은 아들에게 반드시 지킬 것을 기대했으나, 아들은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선생님들은 권위를 찾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두 분의 선생님께서 아들을 불러다가 심하게 말씀하신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회의를 주재하신 까닭도 여기 있었다.

나는 아들의 부족함을 우선 인정한 후, 선생님들의 수고와 교장 교감 선생님의 리더쉽, 또 카운슬러 선생님의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말씀도 경청했다.

선생님들은 아들의 무례함을 지적했으며, 아들이 자신들의 지도에 잘 따르지 않았음을 말했다. 그래서 자신들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나는 선생님들께서 사실을 인정한 순간, 솔직히 사과를 받고 싶었다.

“아들은 아직 더 배워야 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 일에 관해서는, 선생님들께서 더 침착하시고 관대하셨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말썽꾸러기들은 늘 있는데, 선생님들께서 아이들과 맞서다가 지나친 말씀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들은 친한 선생님들과는 아주 친하고, 자기 주관에 의해 편치 않은 선생님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그 두 분의 선생님과는 최악의 관계였다. 그 날 선생님들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 동안 학생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순종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나의 생각에 아들은 항상 반대해 왔다. 학생들에게도 의사를 표현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면서. 거침없이 할 말을 다하는 바람에 몇몇 선생님들과는 사이가 좋을 수가 없었다.

그 날의 회의에서 나는 선생님들의 시각도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또 학교 당국의 책임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조심히 살폈다. 그리고 그런 바탕 위에 아들을 위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찾으려 애썼다. 사실을 인정하는 선생님들로부터는 사과를 받고도 싶었다. 그러나 문제를 키우기 보다는 마무리하면서, 가장 좋은 길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보니 회의는 긴장감 속에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다소 긴장이 풀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선생님들께서 분명한 사과를 해야 했다고 말했지만, 졸업을 한 달 앞 둔 시점까지 그런 문제로 아들의 학교에 가는 애비의 마음을 이 놈은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한숨을 쉬어야 했다.
한 주일이 지난 어제 아들이 말했다. 선생님들 중 한분이 사과를 했다고. 카운슬러 선생님도 계신 가운데서 아들에게 사과를 했단다. 아들은 자신의 주장이 옳았음을 증명받은 듯이 미소짓는데, 왜 내 마음은 편치 않을까?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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