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안나 김의 할렘에서 월스트릿까지 <1>가스펠 교회] 일요일마다 관광객 넘쳐나

할렘 애비시니언침례교회…‘시스터 액트’ 같은 열정적 가스펠 구경하자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부동산개발학과를 졸업한 안나 김씨가 귀국 후 ‘뉴요커도 모르는 뉴욕’(한길 아트 간)을 출간했다. 뉴욕에 이민와 살지만 맨해튼을 얼마나 알고 있나? 김씨가 유학 시절 할렘에서 월스트릿까지 뉴욕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뉴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 첫번째 이야기는 할렘의 가스펠교회다. 편집자

맨해튼 138스트릿과 애덤 클레이턴 파월 주니어 블러바드(7애브뉴)와 말콤엑스 블러바드(6애브뉴) 사이에는 애비시니언 침례교회(Abyssinian Baptist Church)가 있다.

할렘을 대표하는 이 교회는 1808년 자유흑인일지라도 교회 2층 좌석에 앉아야 하고 그들의 좌석이 노예 갤러리라 불리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시작됐다.

이 교회는 뉴욕이 팽창할 때마다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흑인 커뮤니티 지역, 즉 로어 맨해튼·그리니치 빌리지·미드타운 등지의 흑인 게토 지역과 운명을 함께 했다.



그리고 애덤 클레이턴 파월 시니어 목사가 기금을 조성해, 흑인들이 적극적으로 유입되던 1920년 현재의 할렘으로 이전했다.

이후 아들인 애덤 클레이턴 파월 주니어가 목사직을 맡으면서부터 이 교회는 최대 중흥기를 맞게된다. 흑백혼혈의 준수한 외모에 엄청난 카리스마로, ‘당대의 오바마’였던 목사는 할렘의 대표적인 정치·사회적 지도자였다.

흑인에게 물건을 팔긴 하지만 흑인점원을 고용하지 않았던 할렘의 백인가게들을 상대로 ‘일할 수 없는 곳에선 쇼핑하지도 말라(Don’t Shop Where You Can’t Work)’는 내용의 보이콧을 성공적으로 전개시켰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초의 흑인 산타클로스 점원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또한 그는 1944년 당시 백인 지역이었던 할렘을 대표하는 첫 번째 흑인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어 1972년 사망 직전까지 활동했다.

이곳의 예배는 할렘의 핵심 교회답다. 영화 ‘시스터 액트’를 생각하면 된다. 애비시니언 침례교회는 열정적이고 신나는 가스펠로 매우 유명한지라, 많은 외부인이 예배를 찾는다.

외부인이 예배를 참관할 수 있는 일요일 11시에는 백인 관광객과 알음알음 온 사람들, 게다가 관광회사에서까지 단체로 오기 때문에 교회 앞이 참 소란스럽다. 그래서 교회 측에선 교회 신도를 먼저 다 앉히고 난 후에야 관광객을 2층으로 안내한다.

한 세기 전과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어 백인관광객이 2층에서 예배를 참관한다. 뉴욕에는 워낙 대규모 예배당이 많은 탓에, 이 교회의 내부는 오히려 작게 느껴진다. 특이한 점은 음악 공연장 같기도 하고 마당놀이 무대 같기도 한 둥근 원형의 교회 내부다.

이윽고 예배가 시작되면 기다리던 그들이 입장한다. 성가대원들은 치렁치렁한 성가대복을 입고, 신도들이 앉아 있는 긴 의자 사이 통로로 수퍼스타처럼 걸어 들어와서는 자랑스럽게 자리로 올라간다. 그들이 유명인사가 된 바람에 예배 중에는 사진 촬영이나 녹음·녹화도 금한다.

흑인사회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위상은 종교를 넘어선다. 교회는 지역공동체의 끈끈한 대화와 소통의 장이다. 그래서 예배 첫머리에 “누가 무슨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누가 뭘 했습니다” 등의 신도들의 소식이 한참 공표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박수치며 축하하고, 서로 꼭 끌어안으며 부산스레 대화한다. 목사의 설교 중에도 신도들은 잠시도 조용히 있질 않는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에 “예수님! 감사합니다. 주여(Yes, Jejus! Thank you, Lord)” 식의 외침을 여기저기서 받아친다.

보고 있자면 마치 우리네 마당놀이에서 무대와 하나되는 관중의 모습이나 판소리의 추임새를 떠올리게 한다. 이곳 예배나 마당놀이나 모두 한쪽 벽을 바라보는 수직구조가 아니라 둥그런 무대와 이를 에워싼 사람들이 하나되는 호응의 장이다.

이렇게 이곳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종교 시설에서 지켜야 할 절대엄숙이 아닌, 화끈한 소통의 축제가 일어난다고나 할까. 거기에 성가대가 기막히게 멋진 노래라도 부르면, 감동한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따라 부르고 몸까지 흔들어댄다.

비록 소통의 축제지만 예배에 오는 사람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 차려입고 온다. 이곳은 우리가 할렘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된 이미지―힙합바지에, 목에다 쇠사슬 두르고 해골반지 주렁주렁 낀 채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의 흑인이 오는 곳은 절대 아니다.

언젠가 신문 패션란에도 일요일 애비시니언 침례교회 옷차림이 화보로 한가득 났을 정도니까. 꽃 달리고 챙 넓은 모자를 쓴 노부인, 구김 없는 양복에 손수건까지 꽂은 멋쟁이 흑인 상류층과 지식인이 최대한 한껏 깔끔하게 잘 갖춰 입고 예배드리러 온다.

간혹 슬리퍼에 반바지·민소매 입고 한참이나 지각해서 들어와선, 가스펠 구경 다 끝났다고 벌떡 일어서는 관광객이 있다.

교회에서는 이들에 대해 넌더리 내며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우리의 일요일 예배는 뮤지컬 콘서트가 아닙니다. 제발 복장과 태도를 단정히!”이 가스펠 예배 참석은 무료지만 조그마한 헌금은 환영하고 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