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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내 생의 봄날] 결혼 70주년…아직도 수줍어 해요

아내에겐 "예쁜 사람"…남편엔 "아저씨" 불러

'처음 그 느낌처럼'.

유별난 부부애로 희로애락을 함께 하다보니 어느덧 7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오는 23일 결혼 70주년을 맞이하는 변인관(90)할아버지와 변인애(87)할머니 이야기다. 흐르는 세월 속에 이들의 얼굴은 이제 주름으로 가득하지만 그 주름속에는 사랑이 흐른다. 마음만큼은 여전히 신혼 때다.

변 할아버지는 아내 인애 할머니를 '예쁜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에 할머니는 '아저씨'라고 답한다. 할아버지는 "아내의 마음은 아직 소녀 같아. 수줍어 하고"라고 말하며 크게 웃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지난 70년을 '사랑의 시절이 훨씬 많았던 세월'로 기억한다. 싸울 때도 많았지만 이틀 이상 지속된 적은 없었단다. 이런 소문난 금실에 대해 할아버지는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이해해주는 아내 덕분"이라고 공을 돌린다.



평양 출신인 이들은 1940년 단 한번의 만남으로 결혼에 골인했다. 덕분에 결혼생활의 시작이 곧 연애생활의 시작이었다. 전쟁의 한복판인 1950년 12월 어린 '딸내미' 2명과 함께 대동강을 건너 피난길에 오를 때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약속했다.

지난 77년 미국으로 건너온 후에도 이들의 금실은 그대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금실(거문고와 비파)은 '양보'와 '이해'다.

남편 변씨는 "늘 아내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이런 다정한 대화가 변함없는 사랑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결혼기념일에는 깜짝 데이트도 했다. 변씨가 직접 차를 몰고 레돈도 비치로 향했다. 바다를 보며 젊은 시절 함께 불렀던 '바다로 가자'를 흥얼거렸다.

변씨 부부가 말하는 요즘 삶의 낙은 바로 신앙생활. 할머니 할아버지는 함께 새벽기도에 나선다. 기도를 마친 후엔 커피 한잔에 따뜻한 사랑을 마신다. 얼마 전에는 할아버지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장까지 받았다. 자주독립과 국가건립에 이바지한 공로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한글 보급과 한국 역사 교육에 앞장서는 등 독립운동을 펼쳤다.

"남들이 누리기 힘든 결혼 70주년을 함께 할 수 있게된 만큼 앞으로 더 뜻있게 살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자." 진정한 행복은 '그저 함께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말하는 '내 인생의 봄날'은 70년전 수줍게 눈을 맞추던 그 찰라다.

한편 결혼 70주년 금강혼식은 오는 15일 오후 12시 가디나에 위치한 대흥장로교회에서 열린다. 할아버지는 70년전 아내 인애씨가 결혼 선물로 건넨 넥타이를 다시 맨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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