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위기의식 느껴야 할 LA한인회
김동필/통합뉴스룸 에디터
이젠 '한인회'라는 말만 들어도 짜증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분열과 갈등의 골만 키운다는 것이 이유다. 한 발 더 나아가 무용론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또 언급하는 것은 지난 4월1일자에 '한인회장의 리더십'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던 것에 대한 후회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 LA한인회장은 명예나 소일거리로 생각하기엔 너무 무거운 자리'라는 거창한 의미까지 부여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리더십'이라는 것에는 아예 생각조차 없는 단체에 리더십을 주문한 꼴이니 우습게 됐다.
사실 처음엔 '이번은 다르겠지'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모처럼 치르는 경선인 만큼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후보들의 알찬 공약 대결이 펼쳐치고 이에 비례해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패자는 결과에 깨끗히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과정 등을 예상했다. 그러나 진짜 순진한 생각이었다. 30대 LA한인회장 후보의 공약이란 것은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했고 더구나 시작하자마자 종료 휘슬이 울려버렸다. 선거라는 껍데기만 있었지 알맹이는 아무 것도 없었던 셈이다. 마치 빅매치 권투 경기가 열린다고 사방에 떠들어 놓고는 시비만 벌이다 경기 자체를 취소한 것과 같다.
일련의 과정들이 워낙 일사천리로 진행되다 보니 '정해진 수순'이라거나 '막무가내식'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선거를 이끌어가는 주체의 인식과 역량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어떻게 해야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지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도 없었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타날 후보간 갈등을 해결할 조정능력도 실종됐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협상력 유연함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욕심과 아집만 있었다. 한마디로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선거였다.
여론 무시 현상도 나타났다. 관심 있는 관계자들과 언론 등에서 수차례 문제점들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해법은 거의 내놓지 않았다. 눈과 귀를 가린 것처럼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다들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일부 인사들은 아직도 20세기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듯 답답할 정도였다.
한인사회는 그동안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을 보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하다. 몸은 성인으로 자랐는데 아직도 아동복을 입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선거는 한인회를 한인들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갖고 있는 능력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한인사회의 구심점'이라며 힘을 실어 주겠는가. 외면과 무관심으로 한인없는 한인회라는 우스운 꼴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취소된 권투경기는 환불을 해준다. 선거 날짜까지 정했다 석연찮은 이유로 취소된 이번 사태에도 주최측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 최대 피해자는 LA한인들이기 때문이다. 선택권을 원천봉쇄 당했고 '한인회장 선가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는 불명예도 뒤집어 썼기 때문이다.
보상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인정받을 생각도 말아야 한다. 인정받지 못하면 대표성도 사라진다. 당연히 'LA한인사회 대표 단체'라는 타이틀은 반납하고 친목이나 도모하는 단체에 머물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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