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나의 빚은 당신의 빚"…'방만한 정부' 도미노될라
예산적자·국가채무 관련 규정 구속력 없어
구제자금 믿고 '또다른 그리스' 나올 수도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주말 재정위기에 몰린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75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기금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숨통이 트였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처방은 유럽의 정책 당국자들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로 방탕한 정부들의 모럴 해저드다.
유니크레디트 그룹의 마르코 아눈지아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중앙은행이 재정위기에 몰린 정부의 채권을 사들이기로 한 이번 합의는 유로존의 재정규율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은 더 많은 예산 절감과 폭넓은 재정 협력이 필요하지만 과거의 예로 볼 때 유럽 국가들은 유로화로 통합됐으면서도 각국의 세금과 지출에 대한 다른 나라의 간섭을 거부해 왔기 때문에 지원만 받고 간섭은 배제하는 형태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화 체제가 출범한지 11년이 지난 지금 16개 유로존 국가들의 상호 의존성과 밀접성은 훨씬 강해졌다. 유로존 경제의 40분의 1에 불과한 규모인 그리스 국가 부채 위기가 전체 유로존을 심각한 위기로 몰아 간 것은 상호 연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유로화 통합 체제에 대한 믿음 때문에 유로존의 은행과 보험회사 연기금 등은 유로존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의 최대 투자자가 됐고 이는 그리스 또는 다른 국가들이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전체 유로존의 금융시스템이 엉망진창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이 때문에 아무리 작은 유로존 국가라도 '대마 불사'의 범주에 속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눈지아타는 유로존에서 "나의 빚은 당신의 빚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호 의존성 속에서도 각국 정부의 방만한 지출을 막을 메커니즘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안정화성장조약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예산적자를 제한하고 채무는 60% 까지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조항은 구속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결국 유럽 통합의 이름으로 단행된 유로화가 위기의 순간에는 공멸의 길로 이끌 수 있으며 각국 정부에 대한 EU의 강력한 규제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그리스 사태가 초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유럽 정책당국자들의 고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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