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글리(Glee)

폭스(FOX-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글리(Glee)’를 보는 아들의 눈빛은 남다르다. 어릴 때부터 TV를 별로 보지 않고 자란 아들이 이 드라마 방영 시간에 맞추어 TV앞에 앉으면, 아내는 아무 말 않고 리모콘을 내어준다. 음악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유명한 히트곡들이 아름답게 합창으로 편곡되어 매회 방송된다. 드라마 속 맥킨리고등학교 스페인어 교사인 월 슈에스터는 학교의 글리클럽을 전국 대회에 내어보내는 꿈을 가지고 있다.

본인도 학생 시절 글리 클럽의 전신이었던 합창단에서 노래를 했던 탓에 그는 글리 클럽의 담당 교사로서 애착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한다. 이 드라마에 매회 나오는 음악들은 이 드라마를 위해 특별히 편곡되어 녹음되는데, 어떤 곡이 선택되어 불리어지는지가 시청자들과 방송가에서는 매주 화제다. 이 드라마가 시작될 때 아들이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어떻게 한국에서 그 옛날에 아빠는 글리 클럽을 하셨어요?”
아들은 내가 고교 시절 글리 클럽에서 노래한 것을 알고 있다. 나의 고교 시절은 글리를 빼고는 말 할 수 없다. 새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매사에 반항적이었던 나는 공부를 게을리해서 학교 성적이 바닥을 쳤었다. 자신감을 잃었고, 열등감이 생겨서 친구들을 편하게 만나기 힘들었다.

그러나 오디션을 거쳐 들어간 중창단에서 활동하는 동안 나는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선배들과 어울려 노래하면서, 교내외 행사의 여러 무대에 섰고, 조회 시간에는 전교생 앞에 나아가 애국가 지휘를 했다. 친구들은 내가 음악을 전공할 줄 알았을 정도로 음악에 푹 빠져 고교 시절을 보내었다.

나의 고교 10년 선배들이 시작하여, 해마다 신입생 중 네 명 만을 선발하여 학교의 음악 활동을 대표했던 그 중창단의 이름은 ‘경복글리’였다. 나에게 ‘글리’는 음악이었고, 친구들이었으며, 방황하던 시기에 나를 지켜 준 특별한 그 무엇이었다. 원래 글리는 18세기에 영국에서 유행한 무반주 남성 합창 형식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의 유명 대학들이 글리 클럽을 가지고 있고, 한국의 대학 캠퍼스에서도 글리라는 이름이 종종 보인다. 그러나 그 때 서울에서는 우리가 글리라는 이름을 썼던 유일한 고교생들이었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청소년들은 자신감을 잃기가 쉽다. 특히 그 시절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인 학교 공부에서 일정 기간 만족할 성과를 못내면 다른 일에서도 자신감을 잃는다. 자신감을 잃은 학생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마음 속의 열등감을 키울 수 있다.

아들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도 친구들을 모아 남성합창단을 만들었을 때, 나는 공부를 방해하는 또 하나의 장애물을 아들이 가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나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아들이 자신감을 되찾는 개기가 되기를 조용히 바랬다. 신기하게도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아들은 친구들과 모여 연습을 하고, 교내외 무대에 서면서, 음악을 즐길 뿐 아니라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인식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공부를 잘 하도록 자녀를 이끄는 것은 자녀에게 책만을 보도록 권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공부를 방해하고 시간을 뺏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오히려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음에 안정을 주고, 또래 집단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기회를 준다.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하고, 노래를 하면서 자녀들은 친구들 속에 있다. 아들이나 딸로서의 위치가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는데에는 공부나 성적 이외의 것들이 영향을 끼친다. 관계 속에서 우선 자신감을 회복하면 공부도 잘 하게 된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글리를 지금 미국에서 보는 아들도, 고교 시절 서울에서 글리를 했던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