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한인회 선거 바뀌어야 한다
최인성/중앙방송 보도제작팀장
참으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이쯤해서 한인회의 직선제 관행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87년 이후 지자체 문화가 번창하며 한국과 한인들의 문화엔 '내 지도자나 리더는 내 손으로 뽑겠다'는 철학이 굳어져있다. 그래야 내 생각과 이해요구에 리더들이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인 유권자의 결집되지 않은 여론을 이유로 한인회 리더들은 본의로 또는 본의가 아니게 많은 오류를 범해왔다. 그런 시행착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같은 오류들을 범하는 곳은 사실 우리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계도 커뮤니티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단체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고 이해관계에 휘말리면서 소송도 범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어를 하지 못하는 기자들의 눈과 귀에 비춰질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다행히 2세들의 진출이 늘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
중국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규모와 역사 때문인지 여론의 형성과 일의 추진이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주류사회의 마케팅이 중국계를 가장 먼저 감안한다는 점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일단 중국계 커뮤니티의 심리와 정서를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는 것은 물론 여론 형성이 다양하면서도 리더들이 이를 적절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계는 또 다르다. 리틀도쿄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계 미국인들은 아예 누가 리더로 나서는 것에 민감하지 않다. 아마도 리더들이 뭉쳐 싸울 정도로 소수계로의 혜택이나 권리 보장이 다급하지 않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겠다.
일본계에는 열심히 기업과 스몰비즈니스를 통해 돈을 벌고 좋은 일을 하는 자원봉사단체나 자선단체에 아낌없이 기부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LA 한인회를 통해 수십년 열심히 봉사해온 많은 리더들을 모두 싸잡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매번 선거마다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자신의 이해와 요구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송과 공격을 거듭하는 관행은 중지돼야 한다.
직선제도 절대적으로 재고해야하지 않을까. 이사진의 규모를 확대하고 한인회를 포함해 주요 한인단체들에서 이사회나 집행부서를 통해 꾸준히 일해온 이사나 집행부 인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포부와 계획을 갖고 한인회장에 출마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닐까.
이번 파동을 통해 우리 한인사회가 아직 민의를 반영해 조직을 꾸릴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음을 역력히 보게된다. 아직 걸음마를 하는 아이에게 대학교과서와 자동차 키를 준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여전히 걸음마를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여기에 한인회장이 자신의 본업을 잠시 접고 봉사일에 몰두 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한인회는 물론 한인회 내부 인사들끼리 이권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최근의 파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군가 한인회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대외적으로 한인을 대표하는 역할을 자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2년 후 몇몇 인사들의 감정싸움이 그대로 선거에 반영 될 것임은 불 보듯 훤하다.
부끄러운 짓인 줄 알면서도 계속 하는 것은 야만인들이 하는 짓이다. '부끄러운 한인회'에 대한 자성은 시대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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