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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인근 산행-59] 마운트워싱턴…“산신령 머무는 산”

한여름에도 동사자·눈사태 등 발생

높은 산은 신비하다. 고도가 지리산(1915m)과 비슷한 마운트워싱턴(Mt. Washington, 1917m)은 미 동부 최고의 산으로 인디언들도 ‘위대한 산신령이 머무는 곳(Home of the Great Spirit)’으로 여겼다.

뉴햄프셔주와 메인주에 걸쳐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백색 산맥’엔 소설가 나타니엘 호손이 ‘큰 바위 얼굴(The Great Face, 1850)’로 승화된 사람의 옆모습 모양을 한 암벽(Old Man of the Mountain)도 있고, 대통령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1500∼1900m 사이의 높은 봉우리들도 즐비하다. 그 중 최고봉이 워싱턴 산이다.

마운트워싱턴은 여름까지 눈이 그대로 남아있어 사철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북극에서 발생한 한랭한 기압이 이 산군을 만나 때때로 극단적인 기후의 변화를 보이는 악명 높은 곳(Home of the World’s Worst Weather)이기도 하다.

시속 372Km의 지상 최고 강풍이 불기도 했고, 체감온도가 화씨 영하 103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 여름에도 동사자가 발생하고 산사태, 눈사태, 조난 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오르는 길=핑햄 노치 방문객 센터를 출발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터커맨 트레일(Tuckerman Ravine Trail)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신참과 고참 총 10명으로 구성된 이번 등반은 3단계로 구분된다.

센터에서 허밋레이크 부근까지가 1층, 거기서 라이온헤드까지가 2층, 그리고 마지막 정상에 이르는 길을 3층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터커맨 트레일은 소형 자동차가 다닐 만큼 넓었고, 연휴를 맞아 수많은 인파가 줄을 지었다.

대부분 스키나 아이스 보드를 지고 있었고, 날씨가 화창해 반 바지에 민소매를 입은 아가씨나 아이들도 많아 완전무장(?)에 가까웠던 우린 좀 쑥스럽기도 했다. 2마일 가량 간 후 라이온헤드 트레일로 들어서니 폭이 좁아진 길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파른 절벽을 나뭇가지나 뿌리 등을 의지해 오를 수 있었다. 앉은뱅이의 키 작은 관목 언덕이 나왔고, 지리산 세석평전을 닮은 바위 조각들의 가파른 길을 따라 1마일 가량 오르니 라이온 헤드 바위 위였다.

바위 아래로 야구장 보다 넓이는 작으나 깊고 깊은 터커맨 계곡엔 수많은 스키어들이 오물거리는 개미처럼 우글거렸다. 잠시 스키 묘기대행진을 구경하는데, 저 멀리 수직절벽을 타고 여름이면 폭포로 변할 툭 튀어나온 암벽 부근에서 공중으로 목숨을 내 논 점프를 한다.

이미 수목한계선을 넘은 마지막 정상 길은 눈 덮인 바위들만 보인다. 거칠 것 없는 라이온헤드 고원은 바람이 살랑거리고 기온도 차가워진다. 웬만한 등반 베테랑들도 결코 가벼이 보지 않는다는 이 산이다.

신입 여자회원 하나가 더 이상 지쳐 못가겠다고 한다. 정상에 가면 타고 내려갈 수 있는 기차가 운행된다고 다독였다. 여름에만 운행되지만 효과가 있었다.

'Mt. Washington summit 6844ft, 1917m’이라고 쓰인 T자형 팻말을 만났다. 여기가 정상이다. 올라올 때 보다 수월했지만 하산 길의 위험도는 더 컸다. 눈이 녹아 질퍽거리고, 푸석해져 발이 깊게 빠졌다. 자칫 다리나 허리를 크게 다칠 수 있었다.

1마일을 내려와 라이온헤드 부근에서 터커맨 계곡으로 내려갈 땐, 30미터 길이의 자일 두 개를 묶어 여러번 위치를 바꾸어 가며 약 800피트의 절벽을 내려왔다.

망설이던 신참들도 고참들의 시범을 따라 내려가는데 나중엔 재미있어 했다. 무사히 터커맨 계곡 중앙에 내려서자 콜로세움과 같은 고대의 원형 경기장에 서있는 듯하였다. 빙하가 깎아 만든 거대한 암벽계곡, 낮에 보았던 수많은 스키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석양의 경기장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갈증으로 누군가 “휴우~ 여기서 맥주 한잔 하면 원이 없겠다” 하자 모두들 허허롭게 웃었다. 허황된 꿈인 듯싶었는데 곧 무언가 발에 걸려서 보니 맥주 캔 대여섯 개가 눈 속에 곱게 파묻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기쁨도 잠시, 내려갈 길은 아직도 멀었다.

허밋레이크 셸터에 도착해 마지막 휴식을 취했고, 헤드 랜턴을 켜고 마지막 2.2마일의 하산을 재촉하였다. 올라갈 때 보다 훨씬 많은 작은 도랑들이 길 위에 생겼다. 지친 모습으로 핑캄 노치에 도착했다. 밤이 꽤 깊었는지 머리 위로 까마득히 별들이 빛난다. 총 8.5마일의 거리를 약 12시간에 걸쳐 걸었다.

가는 길=Cross County Pkwy toward Hutchinson Pkwy→I-684 North→I-84 East→I-91 North→US-302 East →NH-16 N/Pinkham Notch Rd (12마일 지나 좌측에 AMC Pinkham Notch Visitor Center주차장).

글=조남목(뉴욕한미산악회, http://cafe.daum.net/nykralp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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