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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공칠기삼(功七技三)

아들이 첫 SAT를 보기 전, 나는 아들이 조금은 긴장을 하면서 시험 공부를 하기를 기대했다. 그래도 대학 시험인데, 나는 아들이 얼마 동안 문제집을 들추며 심각하게 시간을 보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아들은 도무지 SAT공부를 하지 않았다. 문제집을 사주었으나, 대충 훑어보고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상의 변화가 거의 안보였고, 심지어는 문제집 겉표지의 CD도 열어보지를 않았다. 학원이나 과외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할 것을 강조해 온 나의 눈에는 그런 아들의 게으름과 시험에 관한 무관심이 대단히 우려스러워서, 마침내 시험 일주일 전에는 잔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다.

“너, 그렇게 공부해서 필요한 점수가 나오겠니? 만일 이번에 2000점을 못 넘기면, 너는 무조건 아빠가 시키는대로 한국식으로(?) 공부해야 한다.”

나는 나직하지만 강한 어조로 아들에게 경고했다. 그리고는 아들과 함께 시간을 재어가면서 SAT문제를 푸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새 책이나 다름없는 아들의 SAT문제집을 보며, 아들의 점수를 가늠해 보았다. 그렇게 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아들은 2000점을 넘게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험을 본 후, 점수가 나오던 날 아들이 말했다.

“아빠, 좀 더 쓰시지 그랬어요?”

그렇게 공부를 안하고도 2000점은 넘겼다니. 나는 아들의 SAT 준비와 관련된 걱정을 일단 뒤로 하고, 아들에게 더 열심히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으로는 아들에게 최소한의 내공이 쌓인 것을 확인한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너의 목표는 훨씬 더 높다. 얼마만큼 공부하면 어떤 점수가 나오는지를 알았으니, 더 달려들어라.”

중국 무술에서 ‘힘’이나 ‘에너지’를 뜻했던 ‘내공’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내재해 있는 실력’이란 뜻으로 자주 쓰인다. 학생에게 내공이란, 오랜 기간의 꾸준한 학습을 통해 지니게 된 인지력, 창의력, 비판력 등을 바탕으로 축적한 지식과 그 사용 능력,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내공이 없는 시험 기술과 지름길 위주의 학습법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보이지만, 결국에는 한계를 만난다.

자신의 내공을 대신하던 것들이 떠나면, 혼자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 내공은 우수한 시험 점수와 학교 성적으로 드러날 수 있지만, 시험 점수가 좋고 학교 성적이 좋다고 모두 내공이 쌓인 학생들은 아니다. 그래서 대학들이 지원자들의 특별 활동 경력과 봉사 활동 기록을 본다. 남다른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눈여겨 본다. 역경을 만났다면 그것을 기회로 여겨야 한다. 내공을 쌓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학생들의 대학 중퇴는 내공의 차이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내공이 쌓여 있는 학생에게도 기술은 필요하다. 좀 더 효율적으로 시험을 치루는 기술은 쌓여있는 내공에 빛을 발하게 한다. 시험 경향을 파악하고, 빈출 문제 유형을 익히는 것은 대표적인 ‘기술’의 하나이다. 변화하는 입시 정보, 도움이 되는 각종 정보를 발 빠르게 수집하는 것도 기술에 속한다. 순발력 있게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도 분명히 중요하다. 지금 돌아보니, 아들은 오랜 독서와 몸에 밴 기본적인 학습 훈련 덕에 두번째 SAT에서 점수를 향상시켰지만, 공격적으로 시험에 초점을 맞추어 시험 기술을 익혔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 같다. 나는 한 학생에게 필요한 바탕의 내공과, 시험 기술 및 각종 입시 정보의 활용을 7대 3의 비율로 생각한다.

공칠기삼(功七 技三)이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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