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좋은 학교가 주는 것
아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이 담긴 인사를 받았다. 시험을 통과하여 뽑힌 학생들이 모인 미국 최고의 공립학교를 다니는 아들을 둔 것이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었다.적지 않은 분들은 자신들의 자녀도 지원을 했으나 입학을 못했다면서, 부러운 눈빛을 보이기도 했다. 아들은 아들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했다. 과연 아들의 학교는 명문답게 학생들에게 긍지를 심어 주었다. 뽑힌 아이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곳은 학생들에게 이만 저만 공부를 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첫 학기부터 아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양의 공부를 하고도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아들을 키워 오면서 단 한번도 고려한 적이 없었던 학원이나 과외에 대해서 심각한 고려를 했을 정도로 아들의 학교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좋지 않은 성적으로 인해, 아니면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아들의 친구들 중 몇 명은 학교를 떠났다. 모두가 전에는 좋은 성적을 받았던 아이들이었다.
아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다가오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시간은 안개 속에서 좌표를 찾는 일이었다. 역설적으로 나는 아들이 과외나 학원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하여야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힘들수록 스스로 길을 찾아야 나중에도 대학에서 공부를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을 나는 버리지 않았다. 성적은 당장 안올라도, 인내하면서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면 나중에도 득이 되리라 굳게 믿었다. 작은 성취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오직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으라고 했다. 성적이 목표가 아니라, 더 부지런할 것과 시간 관리에서 성공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아들이 여러가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다시 오지 않을 고교 시절에 아들은 재즈 밴드와 연극, 합창, 뮤지컬에 학기마다 참여했고, 남자 아이들을 모아서는 남성 합창 팀을 조직하고 첫 해에 대회에 나가 입상을 했다. 한국 문화를 알리고자 만든 클럽에서는 한국전에 해병대 장교로 참전했던 미국인 할아버지를 모셔다 강연을 듣기도 했다. 그러는 가운데 아들의 성적도 올라갔다.
오늘 많은 사람들은 소위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학과 입시라는 관점에서 보면 학생간의 경쟁이 극심한 명문학교 진학은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들을 보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것 많은 요즘 세상에, 아들이 공부때문에 고민을 하고, 우수한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면서 노력했던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쉴 틈 없이 공부하고 각종 활동에 참여하면서 보낸 고교 시절을 아들은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순간의 유혹에 빠져서 돌아오기 힘든 길을 가는가? 눈에 보이는 규정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한 미국에서 청소년들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또 일찍부터 자유를 강조하는 문화에서, 공부하라고 지겹게 말하는 교사들도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빠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이용하는 첨병이 되었지만, 그로 인한 문제와 피해를 고스란히 먼저 입는 취약한 계층이 되었다. 어른들은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벌지만, 청소년들을 유혹들로부터 지켜주기에는 아직 힘에 부쳐 보인다.
공부를 강조하고, 학생들에게 공부와 관련된 부담을 많이 주는 학교는 당장은 학생들에게 힘들고 마음을 무겁게 할지 모르나, 잘 극복하면 결과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이로움을 준다. 자녀들에게 줄 것은 성적표와 졸업장이 아니라,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노력하는 습관이다. 이것이 좋은 학교에서 얻을 것이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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