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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딜로이트 공동기획 이노패스트 15 좌담회] 우수 인력들 부모 반대로 '대기업행 고집' 안타까워

제품 개발은 차라리 쉬워…성장 단계에서 마케팅·자금 등 고비 넘겨야
정부 지원 창업에만 초점…일정 궤도에 오른 기업들에 정책적인 뒷받침 해줘야

이번 기획은 단순한 기업 소개에 그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과 고민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에 대해 딜로이트가 지면 컨설팅을 해주는 식으로 구성됐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3일 이노패스트 기업 CEO 가운데 4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인재 발굴의 어려움, 정부에 대한 정책 건의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남윤호 금융증권 데스크= 취재 과정에서 남다른 성공 스토리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성공의 비결 위기 극복 과정 등 후배 기업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다.

▶박용석 DMS 사장=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했지만 기업 인지도가 낮아 어려움이 컸다. 뜻밖에도 2003년 전 세계를 강타한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우리에겐 기회가 됐다. 사스로 일본.한국의 경쟁사들이 철수할 때 우리는 오히려 시장을 공략하는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 이후엔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객을 다각화한 전략도 주효했다.

▶김철영 미래나노텍 사장= 제품 개발 단계에선 기업하는 게 즐거웠다. 오히려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원자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매출과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회사가 망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돌이켜보니 원가라는 개념조차 없이 사업하는 등 내부 관리에 문제가 많았다. 내부 요인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가기 시작한 지 1년여가 지나면서 서서히 고객 신뢰를 회복했고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재원 슈프리마 사장= 제품을 개발했지만 국내에선 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서 나온 지문인식 제품이 엉망이어서 우리도 도매금으로 취급됐다. 어쩔 수 없이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고 어려움도 컸지만 결국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연구소장을 맡던 임원이 마케팅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다.

▶조정일 케이비테크놀러지 사장= 교통카드 사업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도 했지만 오래 지속할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2005년 스마트카드의 운영체제(OS) 분야로 업종을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은행의 자금 회수 인력 구조조정 등 경영자로서 겪은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다행히도 인프라에 많이 투자해 현금성 자산을 200억원가량 확보해둔 게 사업 전환에 큰 도움이 됐다. 엉뚱한 데 투자해 현금 여유가 많지 않은 기업이라면 사업 전환은커녕 고스란히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이재일 딜로이트 성장혁신센터장= 회사마다 성공에 이른 경영비법이 있을 것 같은데.

▶박용석=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다. 체질을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의 환경을 의도적으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 환경이 바뀌어야 창의적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종 순환보직을 통해 환경을 바꾸려 노력한다.

▶조정일= 직원들이 본질적인 문제점엔 공감하면서도 해결 방안을 제시하면 태도가 180도 바뀌곤 한다. 해결 방안을 실행하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드러나고 불편해지는 게 싫은 것 같다. 그걸 설득하고 이끌고 나가는 게 힘들었다.

▶김철영= 경영에서 제일 힘든 것은 여러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조화하는 일이다. 인사.재무.조달.기술 등이 한 곳에 모이면서 강력한 힘이 발생하는 법이다. 이런 조화를 위해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에도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한다.

▶이재일= 성장 과정에서 갈등도 많았을 것 같다. 과거 100억원 매출일 때 뽑았던 사람이 500억원대 매출에서는 제대로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김철영= 10명을 데리고 일할 때는 잘 하던 사람이 100명이 일하는 기업이 되면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는 못하면서 남들도 못하게 길을 막는다는 것이다.

▶조정일= 창업 멤버 15명 중에서 지금은 두 명밖에 안 남았다. '같이 변하자'고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

▶남윤호= 중소기업들이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노패스트 기업도 마찬가지인가.

▶조정일= 인력 채용하기가 너무 힘들다. 아예 단념하고 해외사업 분야에선 현지 우수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우수한 젊은 인력을 채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부모님의 의식이다. 본인이 좋다고 해도 부모님의 고집 때문에 결국은 대기업행을 택하고 마는 경우를 많이 봤다. 대기업 수준으로 급여를 지급해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재원= 선발한 인력을 조직과 융합시키는 것도 숙제다. 우리는 나름대로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회사가 원하는 대로 바뀔 수 없기에 개인적인 부분과 조직적인 것을 조화시키려 많이 노력한다.

▶남윤호=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 방안을 내놨다. 규제 완화 등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조정일= 만약 인터넷 사업이 면허제였으면 NHN.다음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창의적으로 도전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이란 무한경쟁의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규제로 묶인 분야가 많다. 진입 장벽이 여전한 휴대전화 데이터 통신이 좋은 사례다. 규제가 있으면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규제로 인해 게임의 규칙이 왜곡되는 것이다. 공공기업 정보기술(IT) 프로젝트의 경우 규모가 20억원만 넘어도 중소기업엔 안 주는 것도 공정하지 못하다. 돈을 나눠주는 정책보다는 창의적 도전이 가능하도록 공정한 게임 규칙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박용석= 어차피 기업은 좋은 제품을 싸게 팔아 많은 이익을 남기는 조직이다. 그러려면 굳이 한국에서 창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규제가 많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아예 규제가 적은 다른 나라에서 창업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조금만 도와주면 성장할 수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조정일= 창업지원자금 등 우리나라엔 창업과 관련한 좋은 제도가 많다. 그러나 창업 이후 10년 20년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사업을 일궈가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정책을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김철영= 이명박 대통령이 '벤처 2기'를 선언하고 벤처기업에 성장동력을 다시 심어주겠다는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정부의 벤처정책은 후퇴했다. 그런 부작용 때문에 벤처창업도 줄어든 것이다. 새로운 벤처기업이 많이 생겨나도록 꿈을 갖게끔 해주는 게 중요하다. 다만 시작은 잘했는데 그걸 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벤처기업을 많이 봤다. 성장 단계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한국의 벤처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이재일= 딜로이트가 세계적인 성장기업을 선정하는 '글로벌 패스트 500'이란 게 있다. 예전엔 한국 기업들이 상위권에 많이 올랐지만 지금은 중국.인도 기업이 더 많다. 정부는 창업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만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박용석= 일정 단계에 오른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우리 같은 기업들은 누구보다 그런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전문가 아니겠는가. 다만 그런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게 아쉽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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