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장 살인사건 'DNA' 법정 공방 예고
경찰 "피의자의 것 확실" 주장
변호인단 "분석결과 신뢰 못해"
향후 법정공방에서 불거질 쟁점들을 정리한다.
◇경찰, 결정적 증거 확신
경찰이 지난 예비심리에서 증거물로 제시한 물품은 흔히 ‘케이블 타이’로 불리는 플라스틱 끈(Zip-tie)이다. 톱니바퀴식 단면에 고리를 걸어 한번 조여지면 절대로 풀리지 않도록 고안된 이 끈은 큰 규격의 경우 건축용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경찰은 작년 7월 사건 직후 이미 공개한 CCTV속 인물이 손에 무언가 흰색 물체를 들고 한의원 쪽으로 사라지는 점에 주목했다. 경찰이 제시한 플라스틱 끈은 피해자의 손을 묶는데 사용됐고 또 다른 하나는 피해자가 발견된 화장실 바닥에 놓여 있었다. 경찰은 당시 수거한 플라스틱 끈에서 대니 김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DNA 정보를 찾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플라스틱 끈에 남은 DNA
DNA 정보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범인을 특정하는데 결정적 단서가 된다. 흔히 범인의 DNA는 타액과 정액 등 체액이나 머리카락·손톱 등 신체 기관에서만 추출 가능한 것으로 알기 쉽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아주 손쉽게 활동 반경에 자신의 DNA 정보를 수없이 남기게 된다. 이중 이번 사건의 증거자료로 제시된 플라스틱 끈에는 맨손으로 잡았을 때 묻은 사람의 피지(皮脂: 피부에 분비되는 지방 물질)가 분석 대상이었다.
◇변호인단, 분석 결과 신뢰 못해
대니 김의 변호를 맡은 전종준 로펌과 즈월링-모슬리 로펌은 이같은 경찰의 주장에 “DNA 분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우선 플라스틱 끈에서 발견된 유전자는 한 사람의 단일 유전자가 아닌 3사람의 유전자가 뒤섞인 혼합 유전자(Mix DNA)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이번 유전자 분석에 참여한 연구원의 경우 경험이 많지 않으며 한국 사람의 DNA 분석은 처음”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한국인 샘플의 경우 FBI가 확보한 전국 미주 한인 100명의 샘플 데이터를 이용한 것”이라며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혼합 유전자란
머리카락과 같은 고체형 신체 기관은 남의 유전자와 뒤섞일 일이 없어 비교적 식별이 용의하다. 하지만 타액이나 소변 등 여러 사람의 체액이 한꺼번에 뒤섞일 경우 이를 분석해 내는 일은 만만치 않다.
다행히 최근 세계적으로 혼합 유전자를 식별해 내는 기술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이미 지난 2008년 9월 애리조나주 소재 피닉스 게놈 연구소에서 200명의 유전자가 뒤섞여 있거나 전체 유전자 정보의 단 0.1%만으로도 식별해 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번 플라스틱 끈에 남아 있던 피지 성분도 3명의 것이 동시에 뒤섞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어도 제품의 생산자, 판매자, 구매자 등의 DNA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흉기와 신발은 누구의 것?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라며 또 다른 증거 자료를 확보해 두고 있다. 이는 예비 심리에서도 밝혀진 부분이다. 다만 흉기에 대한 유전자 분석은 의뢰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밖에 예비 심리에서 등장한 증거물이 피의자의 신발이다. 사건 현장은 당시 도처에 핏자국이 남아 있었으며 게중에는 신발에 밟혀 남은 발자국도 있었다.
경찰은 피의자의 신발에 대한 유전자 분석도 의뢰했으나 피의자의 DNA 정보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발자국 크기와 신발 사이즈가 일치하는 것만 확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같은 사이즈의 신발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그것 만으로 범인으로 단정질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천일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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