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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페어 줄어…빡빡한 생활, 무료급식 찾아 노인들 떠돈다

“미국까지 와서...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1일 오전 5시 LA한인타운의 중심도로인 윌셔와 세인트 앤드류스 교차로. 김덕자 할머니(78·가명)는 한 봉사단체가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을 받기위한 줄에 끼여 있었다. 김 할머니는 “새벽 4시에 나왔다. 일찍 줄서지 않으면 음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주 1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세인트제임스 교회의 김요한 신부는 “무료급식을 찾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루 이용자 350명중 절반 이상이 노인”이라고 말했다.

‘노인복지’로 대표되는 미국의 사회 안전망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등 재정난에 빠진 주 정부들이 노인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10년 전 자녀들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왔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자녀들로 부터 도움을 받기가 힘든 처지다. 김 할머니의 유일한 수입은 정부로 부터 받는 노인생활 보조금인 웰페어다.

1년 전만 해도 김 할머니 부부는 웰페어로 매달 1524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웰페어가 4차례나 거듭 삭감돼 지금은 월 1400달러에 불과하다.
김 할머니는 “방 값이랑 각종 세금내고 나면 손에 600달러가 떨어진다. 그걸로 관절염, 당뇨, 혈압약값 내고 영감이랑 한 달 산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에게는 불과 120달러 차이지만 김씨 부부에게는 월 수입이 702달러에서 580달러로 2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하루 10달러 정도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액수지만 언제 몸에 탈이나 목돈이 들지 몰라 함부로 쓰기도 어렵다는 게 김 할머니의 설명이다.

김 할머니처럼 많은 한인 노인들에게 정부가 주는 생활 보조금은 노후생활을 위한 유일한 안전장치다. 이민사회의 특성상 은퇴를 위한 연금을 든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의 이영송 회장은 “자녀들과 함께 이민 온 한인노인들은 웰페어 외에 다른 노후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은퇴한 노인들이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기 위한 재취업 자리도 마땅하지 않은게 현실이다. LA노인회의 조중익 회장은 “경기침체로 젊은 사람도 직업구하기가 어렵다. 언어장벽까지 생각하면 미국에서 한인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없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LA인근을 돌아다니며 채소와 과일, 통조림을 무료로 나눠주는 비영리단체 ‘드림센터’에서 만난 이말숙 할머니(70·가명)는 “대부분 운동삼아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음식이 필요해 나오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며 “다른 수입없이 워낙 빠듯하게 살다보니 무료로 식품을 받는 것이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한국사람들은...자식자랑만 할 줄 알지. 자식들 창피할 까봐 어디가서 도와달라고 말도 못해. 부모들 마음이 다 같아. 더 이상 묻지마. 성가셔...”라고 말하며 식품을 든 채 급히 자리를 떠났다.

진성철 기자 sjing@koreadia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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