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다시 말조심, 글조심
2004년 2월 하버드대 학생들이었던 창업자 네 명에 의해 하버드 기숙사로부터 세상에 나온 facebook.com은 현재 4억명의 사용자(Active User)를 자랑한다. 종업원 수 1200명의 이 기업은 오직 사용자가 원하는 사람들만을 상대로 정보를 공유하고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매일 2억명 이상이 찾는 이 서비스의 사용자들은 평균 130명의 친구를 facebook.com에 가지고 있다. 또 매일 평균 55분 이상을 이 서비스에서 쓰는데, 1억명 이상은 휴대폰으로도 이 서비스를 사용한다. 가히 온라인 시대의 정보교류와 사회 활동의 장소라 하겠다. 갑자기 facebook.com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아들은 교감 선생님께 또 한 번 불려 가야 했다. 교감 선생님의 손에는 아들이 facebook.com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남긴 말들 중에, 한 선생님과의 갈등을 이유로 푸념하고, 속상해서 남긴 글들이 프린트되어 들려 있었다. 그 선생님과의 갈등이 아들의 학교 생활을 무척 힘들게 하던 때여서, 아들은 선생님의 수업 방식과 지도력에 대한 원망을 facebook.com에 종종 썼었다.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선생님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과 거센 비판이 아들의 손에 의해 기록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고스란히 교감 선생님의 손에 있었다. 누군가 전달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욕설이 담긴 이메일을 친구들에게 보내었다가 곤욕을 치렀는데, 아들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아들은 Facebook.com에서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과는 어떤 이야기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에게만 연결을 허락하여 서로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권한을 공유하는 이 서비스에서 아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쓰고 싶은 대로 썼다. 그들이 친구이기 때문이었고, 마음을 나누는 각별한 관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은 자신의 믿음이 참으로 순진하기만 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지 알아 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실망한 아들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과연 ‘친구’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누군가가 꼭 자신의 잘못을 들추어 번번이 문제를 제기하니, 아들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면서도 주변을 원망하는 눈빛이 가득했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그 선생님의 이름만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며, 교감 선생님 또한 이번에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쪽이었다. 교감 선생님은 아들에게 “그렇게 힘들었으면, 차라리 나에게 오지 그랬냐”면서 아들을 위로하고 가벼운 경고로 이번 일을 마무리했다. 아들은 이 이야기를 나에게 하면서 멀리 하늘을 보는데, 그 눈에 실망이 가득했다. 아무도 못 믿겠다는 표정 속에 가까운 곳의 친구가 그렇게 했다는 데 대한 배신감이 보이기도 했다. 이미 이메일 사건으로 마음 고생을 한 아들에게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안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아들의 눈으로부터 이미 나는 아들이 교훈을 얻었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이 그런 것인지, 세상이 변해 가는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 세대의 아이들이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지간한 잘못은 덮어주고, 남의 문제를 고해 바치는 일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문화에서 자란 나에게, 아들의 이번 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말과 글을 우선 신중히 해야하며, 기록이 남는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면서는 반드시 타인들이 보아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수년 전 남긴 글로 인해 가수 생활을 접은 연예인이 있었다. 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누가 아는가? 우리 아이들이 깊은 생각없이 쓴 글로 인해, 생각하지도 않은 순간에 어려움을 겪을지. 아들이 겪은 일이 좋은 교훈이 되어서 같은 일이 다시 없기를 바랄 뿐이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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