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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너 좋으면 된다

지난 두 주 동안, 아들은 자신의 대학 입학 지원 결과를 기다리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었다. 학교에서 오면 우편함을 열어서 대학교로부터 자신에게 온 것이 있는지를 우선 살폈다. 대학에서 지원자에게 보내는 결과물은 봉투만 보아도 내용을 알 수 있다.

작은 봉투가 오면 불합격이다. 한 장의 편지지에 불합격을 알림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써 있다. 대학 측은 편지를 대단히 부드럽고 완곡하게 쓰지만 결론은 불합격이다. 큰 봉투가 오면 합격이다. 대학은 합격을 알려서 기쁘다면서, 학교 안내 책자와 다른 참고 자료들을 같이 보낸다. 편지지만이 아니라 합격증(Certificate)을 근사하게 만들어서 보내는 학교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방법이 추가되어서 인터넷으로 합격 여부를 알아 볼 수도 있다. 지원 학교 웹 사이트에서 등록 번호와 비밀 번호를 입력하면 합격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대학이 정한 발표 날, 지원자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을 것이다. 지난 두 주 동안 나는 아들에게 계속 같은 말만을 했다.

작은 봉투를 받아들고 시무룩해 할 때에도, 큰 봉투를 열며 웃을 때에도 나는 아들에게 일희 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고만 했다. 우리의 삶이 힘든 일도 만나고, 기쁜 일도 만나는데, 그 때마다 지나치게 힘들어 하거나 기뻐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끝까지 결과를 기다리며, 지금 할 일을 잘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떤 날은 작은 봉투와 큰 봉투가 함께 온 날도 있다. 아들은 그 사이 희비에 관해 거리를 조금씩 두는 것 같았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연일 친구들이 어느 학교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고 알려왔다. 그 학교는 어느 전공에서 순위가 어떻고, 합격률이 몇 프로였다는 둥, 자세한 소식이 오고 갔다. 아들은 그런 소식을 들으면서 하루 하루 기다렸다. 자랑하는 친구들을 축하하면서, 가고 싶은 학교에 못 간 친구를 위로하면서 하루 하루가 갔다.

영화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아들은 오래 전부터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를 알아보았다. 각 학교의 교과 과정과 평판 등 여러가지를 살핀 후, 지난 12월에 영화 및 영상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학교에 지원했다. 아들의 생각은 음악만을 전공하기보다는, 영화와 게임 제작을 전공하면서 그 안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 장래에 더 유익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음악 전공이 아닌 영화 예술 전공으로 지원을 했다. 요즘의 영화 예술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빠른 진보를 해서3D 영화등이 게임 산업과 발을 맞추어 발전하고 있다고 아들은 내게 설명했다. 그래서 영화 음악의 범위도 그에 따라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컴퓨터와 영화와 음악이라는 단어가 아들의 눈 속에 보였다.

나는 아들이 일찍부터 자기 생각을 정하고 나름대로 애를 써 온 것을 알았지만, 전통적으로 인정받는 학교에도 합격하기를 바래서, 몇군데 더 지원을 하게 했었다. 입학만 하면 재정 지원이 많은 학교들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들 편이었다. 아니, 아들이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 옳겠다. 또 다른 편으로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필요한 것만을 정확히 해서 그 이상이나 다른 것들을 요구하는 곳으로부터는 인정을 받지 못한 것도 같다. 아무튼 그 전부터 아들이 가기를 원하던 학교로부터 큰 봉투가 배달되었다.

그런데 원하던 학교에서 자기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아들을 보면서, 분명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이유가 무얼까? 나의 머리 속에 있는 세계와 아들의 미래 세계가 달라서 그런 걸까. 아들이 자기 원하는 길을 가면서 부모의 마음은 알아주지 않으니 그런걸까. 아니면 이제 곧 우리를 떠날 아들을 생각하는 걸까.

아무렴 어떤가. 너 좋으면 된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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