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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구조장비 늑장 투입' 도마위에

①감압장비 1대 뿐…잠수사 활용 못해
②선체 인양 해상 크레인 사흘 지나 출항
③심해잠수장비 바로 안 보내 작업 지체
④기뢰제거함도 당일 신속 출동 못해


46명의 천안함 실종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군 당국의 초기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선체 탐색이나 인명구조에 필요했던 장비 투입 등 초동 조치에 실패해 '시간과의 싸움'에서 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해군은 천안함 구조 현장에 잠수병을 치료하는 감압장비(챔버)가 1대밖에 없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 구조함인 광양함에 있는 챔버는 사용 가능 인원이 2명으로 제한된다. 함수와 함미에 내려간 잠수사들이 동시에 잠수병이 생길 경우 치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군은 30일 잠수 요원들이 잠수병을 얻자 미 해군 구조함 살보(Salvor)의 챔버를 사용했다. 실종자 박석원 중사의 가족은 해군 게시판에 "현장에 잠수병을 치료하는 챔버가 1대밖에 없어 구조작업에 가장 중요한 잠수사를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해 수색이 늦어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따라 해군은 진해에 대기 중이던 청해진함(만재 4300t)을 이날 뒤늦게 출동시켰다. 청해진함은 잠수함을 구조하는 최신형 구조함으로 9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챔버를 갖추고 있다. 300m 심해에서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는 심해구조장비(DSRV:Deep Sea Rescue Vehicle)도 싣고 다닌다. DSRV는 잠수함이 조난을 몰하면 잠수함에 다가가 해치를 열어주고 승조원을 구하는 소형 잠수정이다. 청해진함이 일찍 현장에 출동했다면 DSRV로 바다 상태를 더 빨리 확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군 당국은 또 40m 이상 심해에서 작업할 수 있는 특수잠수장비(SSDS)도 늑장 출동시켰다. 천안함 함미는 현재 해저 45m에 침몰해 있다. 우주복과 유사한 SSDS를 갖추고 잠수하기 위한 준비에만 3~4일 걸린다. 군 당국이 사고가 발생한 첫날부터 동원했다면 현장 작업은 보다 원활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침몰 선체 진입을 통한 구조가 벽에 부닥치면서 선체 인양을 서둘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선체를 끌어올릴 대형 해상크레인(2200t 급)이 사고 발생 사흘 만인 29일에야 경남 통영항을 떠나 다음 달 3일에야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당초 서해 해저의 조류가 급하고 시계가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다면 미리 선체 인양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군 당국은 크레인의 현장 접근과 신속한 구조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선체에 체인을 거는 등 인양 준비 작업에만 적어도 열흘 이상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해군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대형 크레인을 보유하지 않아 이번에도 민간업체가 보유한 크레인을 임대해 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9척의 군 보유 기뢰제거용 소해함을 경남 진해기지에 모아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해 2함대사령부(경기도 평택) 등에 분산 배치했으면 신속히 출동 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소해함인 양양함.옹진함은 밤샘 준비를 해 침몰 이튿날 오전 7시 5전단 소해전 전대가 있는 진해항을 출항했다는 게 군 당국 설명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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