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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딜로이트 공동기획 '이노패스트 15'-12] 미래나노텍

아이디어와 기술로 '3M(미 글로벌 기업) 아성' 넘는다
외국 특허 장벽 피해 제품 개발…지난해 LED TV 필름으로 대박
2012년 1조원 매출에 도전장

‘한국 대표기업’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 기업들입니다. 중앙일보는 작지만 강한 15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스토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할 예정입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의 컨설팅도 함께 소개합니다. 또 매년 이들 기업의 성과를 다시 취재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도 분석해 나가겠습니다.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이 있다. 특허 기술 덕분이다. 시장 규모도 크다. 당연히 이익도 많이 낸다. 직원은 수만명 제품군은 8만개쯤 되는 글로벌 대기업이다.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은 '바위'다.

막 창업한 회사가 있다. 서울 봉천동 창업보육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사장 포함해 직원 8명. 사장이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과 적금을 털고 장인 돈까지 빌려 3억원으로 차린 회사다. 병아리도 아직 못 된 '계란'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사업 아이템 글로벌 기업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바로 그 제품으로 정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글로벌 대기업은 미국의 3M 신생 회사는 미래나노텍 그 제품은 프리즘필름이다. 2002년 김철영(45) 사장이 미래나노텍을 창업할 당시 3M은 세계 프리즘필름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프리즘필름은 LCD 패널에 들어가는 부품. 화면의 밝기를 유지하면서 소비전력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3M에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도전장을 냈다가 좌절을 맛본 터였다. 3M의 기술 특허는 필름 표면을 삼각형 모양의 돌기로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이 특허를 피하기 위해 삼각형 모양을 포기하면 빛을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 모두 불가능을 얘기할 때 김 사장은 "그래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시장 크지 수요 늘지 돈이 확실히 되겠더라고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3M 특허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든든한 백이 되겠다 생각했죠. 그 장벽이 나도 막았지만 다른 경쟁자도 막아줄 수 있거든요."

그는 카메라 렌즈의 원리에 착안해 돌기를 반구형으로 만들었다. 삼성SDI에 근무하면서 광학 분야를 다룬 경험을 살렸다. 3M 특허를 피하면서 프리즘 역할도 해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3M보다 더 싼값에 내놓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소프트 몰드 공법'을 개발했다. 필름에 패턴을 새겨 넣을 때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 재질을 썼다. 금속 몰드보다 원가를 50분의 1로 낮출 수 있었다. 기술이 완비되자 이번엔 제품을 생산할 길이 막연했다. 여러 기업을 찾아 다닌 끝에 LG전자와 기술제휴를 할 수 있었다. LG의 생산시설로 제품을 만들어 바로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창업 2년 만이었다.

이듬해에는 빛을 분산하는 확산 필름과 모아주는 프리즘필름을 합친 '복합 필름'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였다. 주문이 밀려들었다. 자체 공장도 짓고 삼성전자에 납품도 시작했다. 매출이 153억원(2005년)에서 629억원(2006년)으로 1년 만에 네 배로 뛰었다. 주문량은 폭주하는데 사람이 모자랐다. 1년간 직원이 100명이나 새로 들어왔다. 그러나 달콤함도 잠시 역시 문제가 생겨났다.

"사람을 뽑고 교육할 틈도 없이 현장에 배치했어요. 생산관리나 인력관리가 될 수가 없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들의 시장 진입을 막아주던 3M 특허가 만료됐다. 그동안 실패했던 대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시장에 제품을 쏟아냈다. 미래나노텍을 견제하기 위한 '백지 견적'까지 나왔다. 미래나노텍보다 무조건 1원이라도 싸게 납품하겠다는 회사가 줄을 이었다. 2007년 영업이익은 전해보다 63%나 줄어들었다.

본격적인 어려움은 상장 이후에 찾아왔다. 2007년 10월 공모가 3만7000원에 상장한 주식은 1년 만에 9분의 1 수준(4100원)으로 떨어졌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위기 의식으로 무장했다.

"우리는 아이디어와 기술 밖에 없다. 다시 제품으로 승부하자."

보호필름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복합 멀티 필름'을 내놓았다. TV와 노트북.모니터가 슬림화 경쟁을 하던 터라 반응이 좋았다. 서너 장씩 쓰던 필름을 한 장으로 줄일 수 있어 원가도 절감하고 두께도 얇게 만들 수 있었다. LED TV 출시에 맞춰 열에 잘 견디는 필름을 내놓아 지난해 대박을 냈다. 거래처도 해외로 넓혔다. 일본 샤프 대만 AUO.CMO 중국 BOE 등 세계 메이저 업체들을 뚫었다.

창업 8년째인 지난해 매출액은 2700억원.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 231%로 제조업에서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딜로이트와 중앙일보가 선정한 이노패스트 15개 기업 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프리즘필름에선 올 상반기 세계 시장 점유율 2위(18.4%)에 올랐다. 100%였던 3M의 점유율은 22.4%로 쪼그라들었다. 김 사장은 "내년에는 3M을 제치고 세계 1위(30%)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했다. LCD 패널의 대형화 LED 같은 신소재 개발 터치 패널용 소재 등 일찌감치 준비해 놓은 '병기'들이 있기에 나오는 자신감이다.

또 다른 난공불락 요새에도 도전장을 내놓은 상태다. 이번에도 3M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품목이다.

혁신적 제품을 기반으로 김 사장은 과감한 목표를 내걸었다. '올해 매출 5000억원 2012년 1조원'. 2년 만에 매출을 '더블'로 만들어 조 단위로 올려놓겠다는 거다. 창업한 지 불과 10년 만의 도전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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