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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딜로이트 공동기획 '이노패스트 15'-11] LCD 세정장비회사 'DMS'

'콜럼버스의 달걀' 발상…5년째 세계 석권
"크기 줄이자" 기존관념 뒤집기 끝장토론
샴푸·세제 "NO"…그린 에너지로 승부수

‘한국 대표기업’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 기업들입니다. 중앙일보는 작지만 강한 15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스토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할 예정입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의 컨설팅도 함께 소개합니다. 또 매년 이들 기업의 성과를 다시 취재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도 분석해 나가겠습니다.

'착한 기업'. 회사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뭐냐는 질문에 박용석(51) DMS 사장은 뜻밖의 형용사를 사용했다. 뭐가 '착한 기업'일까.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한국 기업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직원들에겐 열정과 창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회사가 '착한 기업' 아닐까요."

이런 감성적인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건 역시 지표가 탄탄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DMS의 2008년 매출액(2794억원)은 전년(883억원)의 3.16배로 늘었다. 딱 한 해 좋다 만 것이 아니다. 5년간을 평균해 보면 연간 매출액 성장률이 13.1%에 달한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8년 16.1%. 이 또한 전 산업 평균(5.42%)을 크게 앞선다.

'착한' 경영지표가 나온 건 역시 혁신에 성공한 덕분이다. 그런데 DMS의 혁신 끌로 파거나 '맨땅에 헤딩'을 해 이룬 게 아니다. '콜럼버스의 달걀' 즉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다.

이 회사의 주력 장비인 LCD 세정장비를 보자. 유리판의 미세먼지와 불순물을 닦아내는 LCD 공정의 필수품이다. 세정력을 높이기 위해선 물탱크가 커야 하고 물을 강하게 뿌려줄 펌프도 필요하다. 이게 기존 세정장비의 컨셉트였다.

그러나 박 사장은 발상을 뒤집었다. 좁은 관을 통과하면서 압력이 높아진 공기가 물을 세차게 밀어내는 원리를 활용해 물탱크와 펌프를 없앴다. 또 살수→솔질→살수→자외선 클리닝→건조에 이르는 세정공정을 별도의 장치가 각각 처리하는 기존 세정장비와 달리 하나의 장치가 전 공정을 처리하게 했다.

대신 1층 구조였던 장비를 2층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DMS의 고집적 세정장비(HDC)의 바닥면적은 기존 장비의 3분의 1로 줄었다. LCD 제조업체는 고가의 클린룸 면적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DMS의 세정장비는 LCD의 생산효율을 5% 이상 높여줬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을 바꾸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일본 업체들이 유사 제품을 만들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DMS는 이 장비에만 150여건의 특허를 출원해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았다. DMS는 이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의 60%를 석권하며 2005년부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크기를 줄인다'는 발상은 DMS가 새롭게 진출한 반도체 장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DMS가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수주한 건식 식각장비(dry etcher)는 구조 변경을 통해 연간 유지 비용을 수입품의 8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박 사장은 "전 세계 반도체 건식 식각장비 시장은 5조원 규모인데 향후 DMS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은 태양광 사업에도 빛을 발했다. 건물 옥상에 태양전지 장비를 설치하려면 바닥에 파일을 박아야 했다.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콘크리트 양생 작업을 해야 하므로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옥상 바닥에 금이 가는 바람에 비가 오면 물이 샐 위험도 있다.

박 사장의 고민이 시작됐다. 그러곤 결국 답을 찾았다. 발상을 바꿔서.

"굳이 바닥에 구멍을 뚫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모듈을 고정시킬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철로 건설에 사용되는 폐침목을 떠올렸습니다. 버려지는 무거운 폐침목을 활용하니 바닥에 구멍을 뚫지 않고도 모듈을 튼튼하게 고정시킬 수 있었지요."

물론 DMS의 혁신이 모두 박 사장 혼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건 아니다. 현장을 잘 아는 직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의 산물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다 보면 가닥이 잡힐 때가 많습니다."

요즘 박 사장이 붙잡고 있는 화두는 '녹색'이다. 박 사장은 머리 감을 때 샴푸를 쓰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세정제를 쓰지 않고 식기를 닦는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자연의 원리를 가르치는 생물.물리 등 자연과학을 좋아했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꽤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그게 생활 습관을 바꾸기도 했고요. 마음속에 녹색당을 만들어 놓고 제가 당수 노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많지요."

'녹색당 당수'의 구상은 사업으로 착착 전환되고 있다. 자회사인 에스엔티가 2008년 12월 웨이퍼를 가공해 태양전지를 만드는 장비에 대한 국책과제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3년간 총 사업비 288억원 규모의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유리로 만드는 박막형 태양전지 장비는 이미 개발을 완료해 해외에 납품하고 있다.

원래 태양전지는 박 사장의 주 전공이었다. 1984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해 처음 맡았던 일이 태양전지 관련 국책과제였다. 오일쇼크 때문에 태양광 열풍이 불던 때였다. 그러나 개발 사업이 큰 소득 없이 끝나면서 그는 기본 개념이 유사한 LCD 사업을 맡게 됐다. 그런 인연으로 그는 99년 LCD 세정장비를 주력으로 한 DMS를 창업했다.

태양광과 함께 몇 년 전부터 그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풍력발전기다. 효율 면에선 태양광보다 풍력이 낫기 때문이란다. 그는 "아직 연구 단계이긴 하지만 풍력발전기 시장에서 세계 유수 기업과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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