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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얼마나 세심한가?

해군의 항공모함에서도, 공군의 전투 비행단 활주로에서도 아침이면 군인들이 하는 일이 있다. FOD(Foreign Object Debris, 항공기 외부로부터 항공기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작은 이물질 )를 제거하는 일이다. 나란히 횡으로 줄을 서서 걸으면서 활주로에 혹시 있는 이물질을 찾는다.

활주로에 떨어진 작은 나사 하나가 전투기 엔진에 빨려들어가면 고가의 전투기를 고장나게 만들기 때문에 매일 아침 군인들은 활주로의 이물질을 살피고 제거한다. 아무리 전투력이 좋은 전투기라도, 아무리 급한 상황에서라도 작은 이물질 한 개는 전투기를 고장나게 하고, 작전을 실패하게 한다. 나는 아주 작아보이는 일이 큰 일을 성공시키기도 하고 실패하게 하기도 하는 예로 이 이야기를 아들에게 자주 한다.

“너는 그렇게 정리 정돈을 안해서 어떡하니?”

“아빠, 책상 위가 좀 어지럽혀져도 큰 일 없어요.”

아들의 방을 보면 한 숨이 나온다. 보던 책을 침대 옆이나 책상 위에 그대로 놓아둔 채 정리를 하지 않는다. 많은 서류들이 섞여 있다. 언젠가부터는 아들의 물건이라도 함부로 손댈 수 없어서 그냥 보고만 있는데, 아들은 좀처럼 정리를 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도, 할 줄을 몰라서도 안하는 것이 아니다. 아들에게는 정리 정돈이 별 일이 아니고,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없다. 정돈은 아주 작은 일이다.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바쁜 순간에 필요한 것을 찾느라 아들은 야단 법석을 피운다.

중학교 때부터 아들이 신문의 사설을 읽도록 권했던 아내는 늘 사설 부분을 오려내서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이 시사 문제에 대해 깊은 이해를 못하더라도 매일 읽혔는데, 아들의 고교 입시와 작문 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가 신문을 통째로 읽게된 아들을 보면서 기뻐했는데, 아들이 다시 ‘바빠져서’ 신문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신문 좀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식탁 위의 신문을 간식을 먹으면서 읽는 아들을 보고는 아예 신문을 식탁 위에 항상 올려 놓았다. 아들은 간식을 먹을 때 늘 신문을 보게 되었다.

서울에 갔을 때, 한 일간지가 자신의 학교를 보도한 것을 알게 된 아들은 바쁜 일정 중에도 지하철과 거리의 판매대에서 그 신문을 구했다. 교장 선생님의 사진이 실린 그 기사는 전면 특집이었다. 아들은 자신의 대학 지원을 위해 추천서를 써주신 교장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고자 그 신문을 애써 구했다. 제자가 서울로부터 학교와 자신이 보도된 1월 1일자 신문을 사오자 교장 선생님께서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교장 선생님은 아들의 부족함에도 아들을 늘 사랑하시고 도와주신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매일 학교에서 집에 오면 반드시 숙제부터 먼저 하도록 습관을 들였던 아들은 나중에도 그 습관 덕분에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자신의 할 일을 우선 하는 책임감도 키우게 되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던 그 습관이 아들의 갈 길을 인도했다면 과장일까?

섬세함은 작은 일을 무시하지 않고 보는 관찰력과 그 작은 일이 후에 끼칠 영향을 상상하는 능력과 연결된다. 작은 일은 큰 일을 이루는 시작이다. 작은 일을 못하면서 큰 일을 할 수는 없다. 작은 실수와 잘못 하나가 큰 일을 망치고 실패로 이끈다. 주위를 정돈하고, 옷을 단정하게 입는 일, 시간을 지키는 일, 작은 일도 꼼꼼하게 하는 습관, 고마움을 표시하는 일은 작지만 작은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잘 하고도 한 가지가 결여되어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작은 일 한 가지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성공을 이루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아들에게 작은 일을 잘 하는 섬세함을 강조하는 요즘이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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