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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인 미술가들-80] 조각가 존 배…정교한 입체로 빚어낸 ‘서양 조각’으로 한국의 정신 만들어낸다

짧은 철선 용접해 ‘새로운 세계’ 창조…“예술은 혼자만 거행하는 종교 의식”

조각가 존 배씨는 1937년 서울에서 태어나 11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후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디자인과 조각을 공부했다.

졸업 후 프랫인스티튜트의 최연소 교수가 돼 정년까지 재임한 뒤 2001년 퇴직해 명예교수로 있다. 현재는 커네티컷에 거주하면서 조수 한 명 없이 뉴욕을 중심으로 한국 등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배씨의 조부는 구한말 일본의 군사적 침략에 맞서 싸운 의병장 배창근이었고, 부친 배민수 박사는 스페인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안익태에게서 애국가를 받아와 국내에 보급시킨 독립운동가였다.

배씨는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동안 자신의 생애를 통해 자신에 내재된 동양적 정서를 적극적으로 탐구 표현해 왔다.



배씨의 작품들은 상당수 용접기법을 사용한 추상미술의 기하학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양과 동양문화의 이질성을 수용하면서 한편으로 작가 삶의 깊숙한 곳에 있는 보편성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철사 줄을 구불구불 말아 만든 둥그런 공을 비롯해 촘촘한 그물 철망을 세워 붙인 후 살짝 비튼 철 조각, 크고 작은 정육면체를 켜켜이 쌓아 올린 작품 등은 철사와 철판 등을 이용한 철조의 분위기를 넘어서 생명체의 변주와 같은 다양한 조형적인 느낌을 빚어낸다.

배씨는 짧고 가는 철사를 무수히 반복 용접하여 정교한 입체를 만들어 내면서 조각 작품 스스로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그가 서구 추상미술의 무대에서 활동하며 동양적인 감수성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창작 욕구의 핵심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혼에 대한 추구가 있다.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신화와 현실로 뒤엉기는 어떤 곳, 존재하고 있는 것과 환영(幻影) 사이에 있는 것, 공기와 같이 잡을 수도 볼 수도 없는 어떤 면이 점점 더 나의 작품에 중요한 테마가 되고 있습니다.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동양적 사고와 전통이 내 작업에 나타납니다.

한국문화가 내 의식 속에 넓게 자리를 잡아갑니다. 유구히 흘러온 한국문화의 실 가닥을 찾아 쥐고 싶고 한국문화의 비전과 기억과 신비들을 파헤쳐 보고 싶습니다. 어떤 의례나 전통이나, 역사의 기록을 통해서가 아니라 잠재의식을 탐구하는 보다 원초적인 방법으로써….”

그는 균형과 불균형, 외연과 내연과 같은 극단의 상반된 속성을 하나의 작품 속에 녹여 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문화와 정신의 특징인 융화와 통일 속에서 변화와 움직임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커다란 조화를 만들어내는 작품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짧은 철선들을 무수히 용접해 정교한 입체를 구성하는 조각품들은 재료의 물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파동,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배씨는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조각을 하면서 존재 내면에 한국문화와 의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이 갖고 있는 깊은 정신성과 혼, 잠재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써 이러한 작품세계가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그는 작품을 하면서 한국인의 정서와 함께 한편으로 수도자나 순례자에 가까운 깊은 정신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조각가로서 또는 조각가를 넘어선 정신적인 구도자로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서양에서는 예술행위가 자의식(에고)적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작업을 할 때는 아무래도 자의식이 따르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욕망이 나올 때 나는 자신과 싸우면서 진실만을 추구하고자 하지요. 자의식은 작품 자체의 의지와 상관 없이 작가가 자기 마음대로 작품의 완성을 정하게 합니다.

이러면 작품은 작가의 자의식에 휘둘린 산물이 되지요. 예술작업은 혼자만이 거행하는 종교적인 의식과 같지요. 절대침묵을 찾아가서 영적 교섭을 하며 그 침묵의 안과 침묵의 밖에서 나의 길을 찾는 겁니다. 그러면 나는 참으로 편안해집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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