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서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
“언젠가 내가 너무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한 여성이 바르샤바 게토와 마이다네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 강연하는 것을 들었다. 강연이 끝나고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나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 여성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 땅에서 태어났다는 것 말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온갖 조작된 이미지들 속에 가려진 핵심적 실상이다.”우리는 어려서부터 이스라엘과 우리나라를 동일시하는 교육을 받아왔다. 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와 이스라엘은 1948년에 동시에 건국되었다. 그리고 집단농장인 ‘키부츠’를 통하여 사막을 옥토로 바꾼 기적은 우리의 새마을 운동과 비교하기에 좋았다.
또한 주변 아랍의 적대적인 공격을 이겨내고 지식교육을 통하여 선진국으로 부상한 이스라엘은 강대국에 쌓여 전쟁을 경험하고 일어서려던 개발도상국가인 우리 나라의 모범사례로 적합했다.
게다가 한국 기독교는 - 유대교와 기독교가 다른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 유대교와 기독교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여 은연중 교인들에게 이스라엘은 선이요 아랍은 악이라는 생각을 심어 놓았다.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이라는 책은 이러한 우리의 이미지들이 심히 왜곡되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이스라엘은 시오니스트(극단적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출간되자 마자 극심한 논쟁에 휘말렸다. 노엄 촘스키는 이 책을 팔레스타인 분쟁 및 최근의 평화협정의 역사적 배경을 가장 정확하게 밝혀준 책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반유대주의라고 비난했고 더 나아가 “스스로를 증오하는 유대인(Self-hating Jews)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그를 매도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노먼 핀켈슈타인의 부모님은 각각 아우슈비츠와 마이다네크 생존자들이다. 그는 자신의 첫 저서인 이 책을 부모님에게 바치며, 부모님이 겪은 고통을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그가 그 고통을 기억하는 방식은 이스라엘 민족을 영원한 피해자로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역사에서 다시는 그와 같은 폭력이 자행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채택했던 방법“을 따라, ”다수 토착민 집단을 소수의 정착민이 수탈하고 지배하는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를 수립“하거나, 아니면 ”이송의 방법“을 따라, 아랍인 전부 혹은 대부분을 이주시키거나 추방함으로써 순수한 유대인만의 국가를, 아니면 적어도 유대인이 압도적 다수인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먼저 ”이송의 방법“을 목표로 삼았다. 공식적으로는 ”단합하고 상호 존중하는 여건 속에서 아랍인들과 공생하며, 그들과 힘을 합쳐 공동의 번영국가로 만들어 나가기“를 원한다는 등 온갖 듣기 좋은 수사들이 동원되었지만, 결국 그들의 꿈은 아랍인들을 ‘사라지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민족 추방의 방법이 국제법상의 문제와 여론에 의해서 가로막히게 되자, 그 다음 단계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방법을 선택하였다.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차별을 근거로 하는 분리 체제를 창조했다. 그들은 동일한 지역에 두 개의 상이한 법률 체계를 적용하며 개인의 권리를 국적에 의거하여 규정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통제하고 탄압하였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은 며느리가 똑 같은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딛고 세워졌지만, 지금은 가해자가 되어 팔레스타인에게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진실에 있다. 이 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할 문제다. 왜냐하면 이제는 세계가 너무 가까워져서 더 이상 남의 이야기는 없기 때문이다.
김종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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