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도 ‘무소유’ 설파…한인들 애도
2000년 이후 수차례 방문해 법문…불광선원, 14일 추모법회 열기로
2000~2004년까지 법정 스님이 뉴욕에 방문했을 때마다 머물렀던 뉴욕불광선원 휘광 스님은 “몸이 안 좋으시다는 말을 듣고, 한국에 가 한번 찾아뵈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휘광 스님은 14일 추모법회를 마치고, 한국 송광사를 찾을 계획이다.
11일 입적 소식을 듣고 불광선원 법당을 찾아 분향한 민혜령씨는 “한국에서 전화로 스님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서 “몹시 슬프다”고 밝혔다.
법정 스님이 뉴욕 불교계와 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00년.
그해 가을 뉴욕불교사원연합회가 준비 중이던 대중법회 연사로 참석하면서부터다. 그후 법정스님은 몇차례 뉴욕을 방문, 불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 법정의 아이돌, 헨리 데이빗 소로우=그 후 2001~2003년까지 가을마다 법정 스님은 불광선원을 찾았다. 일주일에서 길게는 열흘까지 머물면서 법문도 전하고, 가을 짙은 단풍을 즐겼다고 한다.
가장 먼저 법정 스님이 가보고 싶어했던 곳은 매사추세츠주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의 통나무집이 있는 월든 호수. 비폭력을 주창하고, 사회의 모든 체계에 반대해 호숫가 옆 통나무집에서 은둔하면서 살았던 소로우는 법정의 ‘아이돌’이었다.
휘광 스님은 “제일 먼저 그 곳에 데려다 달라고 하셨고, 그 곳에 도착하자마자 통나무 집 앞에 서서 ‘헨리 소로우씨, 나 왔습니다’하시면서 아이처럼 기뻐하셨다”고 회상했다. 법정 스님은 2003년까지 뉴욕에 올 때마다 매번 소로우 통나무집을 들렀다.
◇ 자연을 즐기다=법정 스님은 불광선원 인근 세븐레이크, 베어마운틴은 물론, 캐츠킬·헌터마운틴, 매사추세츠주와 뉴햄프셔주 화이트마운틴 등 미국의 광활한 자연을 즐겼다.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만 뉴욕을 찾아 불자들 사이에서 법정 스님은 ‘가을 스님’으로 통한다.
그 중에서도 화이트마운틴을 가장 좋아했다고. 법정 스님이 좋아하는 하얀 자작나무가 지천에 널려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휘광 스님은 “화이트마운틴 곳곳이 한국 골짜기와 비슷하다며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 포근한 할아버지=“무말랭이, 무국을 좋아하셨어요.” 불광선원 불자들은 법정 스님이 오셨을 때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공양에 공을 들였다. 갓 구운 베이글과 차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한 법정 스님은 보살들이 정성껏 차린 밥을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먹었다고 한다.
수미화씨는 “항상 공양을 준비한 우리들과도 밥을 같이 먹자하시던 ‘스윗’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평소 불자들과 사진도 찍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웠던’ 법정 스님은 뉴욕 불자들한테만은 한 없는 자비를 베풀었다. 휘광 스님은 “일일이 저서에 사인은 물론, 사진을 위해 포즈까지 취해주셨다”면서 “아무래도 이민자들의 고통을 이해하셨던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조진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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