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진 목사의 30일간 노숙자 체험기-7] 한국 처녀를 사랑한 노숙자 이야기
'님은 먼 곳에…' 간절한 만남 갈구
노숙자도 사랑할 자유 있지 않을까…
한국에 연락하고 싶은 마음 굴뚝
사실, 형제는 노숙자라기보다는 요즘 미국에 생긴 신흥계급 워킹푸어(working poor)에 가깝다. 워킹 푸어란 노숙자답지 않은 노숙자로, 직업은 있으되 너무 소득이 적어 방 하나 얻기 힘든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노숙자와 종이 한 장 차이로 언제든 거리에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중 다수가 주로 거리나 쉘터에서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채우기도 한다. 다행히도 오늘 만난 레이 형제는 현재 정부가 극빈자들에게 주는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형제의 나이는 47세이며 이곳에 선교를 위해 1년 동안 방문했던 한국인 자매와 깊은 교제를 했다고 한다. 그 자매는 학생신분을 유지하며 거리에서 전도활동을 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여친’은 3주전에 비자가 만료돼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형제는 지금까지 그녀와 전화로 가끔 통화를 할 정도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고백했다.
형제는 한 시도 그녀를 있을 수 없다며 다시 미국에 돌아오면 결혼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실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제가 한국에서 그녀가 다니던 교회 주소와 그녀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인 듯 했다. 게다가 형제는 나에게 그녀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건네주며, 꼭 국제전화로 자신의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그날 한인들에게 잘 알려진 뉴저지 버겐 카운티의 시의원 고든씨도 우리와 함께 봉사를 했다. 고든 의원은 몇 개월 전부터 가끔 화요일에 나와 봉사 일을 함께 돕고 있다. 레이 형제는 “고든 의원이 자신의 한국 비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며 “빨리 한국에 가서 애인을 만나 결혼 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인종과 국경을 넘어선 애타는 사랑! 그러나 만날 수 없는 이수일과 심순애의 슬픈 연가에 당장 핸드폰으로 한국에 있는 형제의 애인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그러나 혹시 주책이 아닐까 싶어 포기했다. 그리고 개인 프라이버시를 위해 그녀에 대한 더 자세한 언급은 피하고자 한다. 다만 그녀는 지금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고 있다.
여하튼 레이 형제는 그녀를 만난 후부터 한국인과 한국음식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형제는 그녀에 대한 깊은 사랑 때문에 한국인들을 만나면, 꼭 자신의 여자 친구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흥에 겨워 언급한다. 형제가 41번가 버스터미널에서 한국인들이 하는 노숙자급식에 선뜻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도 한국인 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숙자라고 정상적인 애인을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타인종에 대해 배타성이 강한 한국인이라고 해서 타인종, 그것도 타인종 노숙자를 사랑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실 한국 아가씨들에게 노숙자, 그것도 타인종 노숙자들과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면 인격과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그 자리에서 욕설을 퍼부을지 모른다.
성경에도 버림받은 여인을 아내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종종 있지만, 한인들에게는 섬뜩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튼 한국인 아가씨를 사랑하고 있는 노숙자 레이 형제에게 마틴 루터 목사의 유명연설 제목처럼 언젠가 ‘I have a dream’이 이루어지는 그날이 꼭 왔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노숙자들을 12년째 돕고 있는 최상진 목사는 지난 1월20일 워싱톤 디씨를 출발해 메릴랜드, 펜실베니아, 뉴저지, 뉴욕, 메사츄세츠, 커네티컷, 조지아를 거처 2월21일까지 노숙자 체험을 가졌다. 노숙자선교 후원을 하기 원하는 사람은 전화 571-259-4937번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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