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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아들아, 말조심, 글조심 해라

한참 일하다 아들의 학교 선생님이나 카운슬러 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이 오면 잠시 가슴이 뛴다. 학과 성적이 올 때는 비슷한 시기에 각 과목 선생님들로부터 성적이 오기 때문에 덜 신경이 쓰이지만, 성적이 올 때가 아닌데 오는 이메일은 더 신경이 쓰인다. 모든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이 아니라, 나에게만 보내는 이메일은 대개 카운슬러 선생님으로부터 온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들의 문제로 회의를 해야하니 학교로 나와달라는 이메일을 나는 매 학기마다 한 두 차례는 받았다. 그 결과 카운슬러 선생님과는 오래 전부터 친한 사이가 되었고, 교감 선생님도 자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일로 만나는 선생님들이 반가울 리 없고, 늘 아들이 무언가 잘못을 한 후라서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일로 아들의 학교에 가는 일이 정말 싫다. 지난 주에 아들은 또 한번 사고를 냈다. 카운슬러 선생님의 이메일을 여는데, ‘이번에는 또 뭘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미리 한숨이 나왔다.

아들은 처음에 공부를 썩 열심히 안해서 학교로부터 경고를 받은 일을 시작으로 수강 과목을 학기 중에 중단(drop)한 일을 포함해서 자주 나를 학교로 오게 했다. 한 번은 학교 복도에서 혼자 말로 어느 선생님을 비난했다가, 우연히 그것을 들은 학부모의 고발(?)로 곤욕을 치렀다. 교감 선생님을 포함해 세명의 선생님을 만나 아들의 명백한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부탁한 후 학교를 나올 때는, 깊은 한숨을 쉬어야 했다. 공부를 열심히 안하는 것과 별개로, 아들의 조심성 없는 언행이 만드는 결과는 그 상처를 오래 남겼다. 아들이 비난했던 그 선생님과 관계가 극도로 나빠졌음은 물론이다.

아들은 지난 토요일에 개최되었던 교외 아카펠라 경연대회에 친구들과 출전하기로 하고 준비를 해왔었다. 학교 안에서 남성 합창으로 나름대로 인정을 받아 온 아이들이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에는 매일 모여 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대회에 참가하기로 하고, 연습에도 나오기로 약속한 친구들이 계획처럼 잘 모이지를 않자, 리더인 아들은 속이 상해서 그만 화가 잔뜩 섞인 이메일을 친구들에게 보내었다. 대회는 다가오고 연습은 안되니 아들은 어지간히 속이 상하고 화가 났었는지, 써서는 안될 말들을 이메일에 담았다. 입에 담지못할 욕설도 써가면서 보낸 아들의 이메일을 친구 중 한명이 음악 선생님께 보내었고, 음악 선생님은 교감선생님께 보고를 했다.

내가 요청하자 카운슬러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아들의 이메일을 보면서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나도 자랄 때 친구들 간에 욕을 했고, 군대에서도 욕을 하고 듣고 했던 터이지만, 글로써 욕을 써서 고스란히 남들이 보게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들이 아카펠라 경연대회 준비에만 신경이 쓰여 신중함을 잃어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속이 상한 나머지 앞 뒤 생각하지 않고 보낸 이메일때문에 친구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나는 또 한 번 죄인의 심정으로 카운슬러 선생님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아들은 그토록 신경써 준비했던 아카펠라 경연대회에 못나갔다. 리더이지만 마지막 수일 동안 연습에도 참가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음악 선생님은 함께 모여 노래하는 아이들을 각각 불러 아들의 평소 언행에 관해 조사했다. 교감 선생님은 아들을 불러서 전후 상황을 듣고 “오죽 답답하면 그랬겠니?” 라고 이해를 보이면서도 아들의 경솔함을 꾸짖었다. 나는 바쁜 가운데 카운슬러 선생님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아들이 좀더 신중했다면 안겪어도 될 일을 겪는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마음을 다스리느라 애를 써야 했다. 도대체 이게 무언가.

철없는 아들은 연습 금지 이틀이 지나자, 징계는 충분하다면서 자신의 경솔했던 행동도 따지고 보면 약속을 이행하고 연습을 잘 해서 모두가 좋은 결과를 내고자 했음에 다름없다는 논리를 펴기 시작했다. 그 정도는 평소에 친구들 사이에 자주 하는 말 들인데, 그것을 문제 삼은 친구가 오히려 문제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도 했다. 아들은 그 동안 준비한 아카펠라 경연대회에 못 나가면 큰 일이 날 것처럼 속상해했다.

나는 무조건 참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학교가 어떤 식으로든지 이 일을 정리해야 하는데, 연습 참가 금지 정도로 마무리 한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규정 준수를 최고로 여기는 미국의 학교에서 엄연히 중대한 잘못을 한 아들이기에, 나는 더욱 아들에게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했다.

이제 학교가 어떤 식으로든지 이번 문제를 처리할텐데, 또 한번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는 중에 다행스런 것은, 비록 거절되었지만, 함께 노래하는 아들의 친구들이 지난 주에 학교 당국에 아들이 경연대회에 나가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아들이 그래도 평소에는 다수의 친구들과 무난하게 지내고 리더로서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들아 제발 말조심, 글조심해라.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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