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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딜로이트 공동기획 '이노패스트 15'-9] 아이엠

"3M(Market·Minimum·Money) 전략으로 광픽업 세계 1위 유지"

‘한국 대표기업’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 기업들입니다. 중앙일보는 작지만 강한 15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스토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할 예정입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의 컨설팅도 함께 소개합니다. 또 매년 이들 기업의 성과를 다시 취재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도 분석해 나가겠습니다.

얼마인지 밝힐 순 없다고 한다. 2008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들어온 돈 지금 다 회사 금고 안에 있단다. 인수합병(M&A)에도 썩 관심이 없다. 한국내 대기업과는 절대 경쟁하지 않겠다고 한다. 새로 진출하려는 사업에도 많은 돈을 쓸 생각이 없다.

세계 1위의 광픽업(레이저를 이용해 음성.화상.데이터를 재생하는 장치) 생산업체 아이엠 얘기다. 성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경영인데도 2008년 매출(본사 기준 756억원)은 2007년보다 14% 늘었다. 금융위기의 충격도 딱 6개월 만에 회복했다. 2009년 2분기 매출은 323억원 한 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의 40%를 해냈다.

아이엠은 2006년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대기업 문화가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하지만 아이엠은 톡톡 튄다고 혁신을 하는 게 아니고 요란하다고 고성장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이 회사의 성장은 '3M'에서 나온다. 시장(Market)을 중시하고 관리비용은 최소(Minimum)로 막고 회사의 자금(Money) 흐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시장(Market)이 최우선

손을재(59) 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전기에서 영업 분야에 오래 있었다. 그래서 시장 돌아가는 걸 잘 읽는다.

"영업 출신은 고집이 세지 않습니다. 시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 물건을 팔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시장 흐름을 보고 타이밍(시기)을 잡는 데는 선수입니다."

그는 기술 외곬에 빠지지 않는다. "기술도 변하고 시장도 변한다"며 유연하게 본다.

"시장의 수요를 무시한 채 '세계 최고 기술인데 알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기업을 보면 안타깝지요."

그의 시장 중시 경영은 사업 아이템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삼성전기가 여러 사업 부문을 분사시키던 2005년 그는 다른 사람이 맡으려던 광픽업을 낚아챘다.

"시장의 구조가 단순했습니다. 대만 업체는 없고 일본 업체 두세 곳만 있었지요. 게다가 소니와 산요는 AV용 광픽업을 축소하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분사하면서 삼성전기 중국 공장의 직원들을 데리고 나왔다. 중국이 최대의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을 잡지 못하면 승부를 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중국.홍콩에 3개의 별도 법인이 있다. 그는 "베트남이나 동유럽엔 중국만 한 시장이 없다. '마켓 인(Market-In)'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법인 매출을 합하면 이 회사는 지난해 35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이 가운데 60%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그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장은 따로 있다고 믿는다. "대기업이 없는 시장도 많습니다. 덩치 큰 사람은 작은 골목에는 못 들어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 회사의 매출 중 국내 대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줄어든 상태다. 이동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기업과 부품업체가 갑과 을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이엠은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을의 위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소(Minimum) 관리비용

삼성전기에 있을 때 손 사장은 대만과 납품 경쟁에서 여러 번 졌다.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대만보다 높았다. 관리비용 때문이었다. 좀 심한 대만 기업은 아들이 납품하고 아내가 경리 보는 식이었다. 항상 10%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났다.

그래서 손 사장은 불필요한 인력은 최대한 억제한다. 분사 후 40명인 본사 직원이 80명이 됐는데 대부분 연구개발 인력이고 지원 인력은 두어 명 늘었다. 그는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다 과잉 인력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은 물건을 만들거나 제품을 판다"고 말했다. 최소 비용의 원칙은 새 사업 진출에도 적용된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은 올해 처음으로 10억원의 매출이 난다. 내년에는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 보유한 광학 기술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의료기기 분야 진출도 추진 중이다. 전자부품연구원(KTEI)과 원주의료클러스터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공동 개발을 통해 전립선암 검사기 골다공증 진단기 등의 개발에 착수했다.

"의료기기는 미래성장산업이면서 국책 사업이어서 정부 지원이 80%에 달합니다. 큰 줄기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신사업 투자는 이익의 2% 정도만 할 생각입니다."

#자금(Money) 흐름이 최우선

해외 출장이 잦은 손 사장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점검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금 흐름표다. "재무제표상 이익보다 중요한 게 현금입니다. 이익 내고도 흑자 도산하는 업체가 얼마나 많습니까. 제일 중요한 건 역시 현금이지요.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내도 금고가 비어 있으면 소용없습니다."

해결할 문제도 있다. DVD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져들고 있고 고부가가치인 IT용 광픽업 시장에서 아직 일본 업체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손 사장은 해외법인을 합쳐 회사 매출 규모를 1조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아직은 뾰족한 계기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은 중소기업에 잘 오려 하지 않고 기존 직원들은 노령화돼 가는 것도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손 사장은 한 발씩 나아갈 작정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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