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소잃고 외양간 고친 '타운 구역안'
문진호/메트로부 기자
한인타운 구역안은 지난달 한인회가 시의회를 대표해 탐 라본지 시의원(4지구)이 제시한 구역안에 대해 남쪽 경계를 제외한 나머지 안을 수용하며 타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한인타운은 동서로 버몬트와 웨스턴 북으로 베벌리를 경계로 삼게 됐다. 웨스턴길의 경우에는 베벌리를 넘어 멜로즈선상도 한인타운에 포함된다. 남쪽 경계선의 경우 올림픽 경찰서를 한인타운에 포함시키기 위해 라본지 시의원이 제시한 올림픽길 대신 11가를 경계로 하는 안을 해당지역구의 에드 레예스 시의원(1지구)과 논의 중이며 이미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황이다.
이번 구역안 설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보다 한인사회의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었다. 한인사회가 한인타운 구역을 시 차원에서 확정짓는 일에 나선 것은 한인사회 내부에서 시작됐다기 보다는 방글라데시 커뮤니티 때문이었다.
2008년 12월 방글라데시 커뮤니티는 시정부 차원에서는 별도의 커뮤니티 이름이 정해져있지 않던 한인타운을 '리틀 방글라데시'로 정하는 안을 시정부에 제출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지역을 코리아타운으로 받아들인다'라는 생각에 빠져있는 한인사회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급하게 한인타운 구역안 설정에 나서야만 했다.
결국 한인사회는 방글라데시 커뮤니티에게 3가길에 '방글라데시 거리'를 조성하도록 허용해야만 했다.
물론 다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LA에서 도시의 일부분을 완전히 차지하고 다른 민족이 끼어드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옹졸한 행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거리로 명명될 지역에 한인상점들이 다수 입주해있으며 업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열렸던 한인회 주관 '한인타운 구역안' 주민공청회에서도 가장 큰 불만과 항의는 3가길에서 업소를 운영 중인 한인 업주들로부터 나왔다.
한인사회가 평소 타지역 커뮤니티와 거의 대화가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한인타운의 서쪽 경계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든 웨스턴길로 정해진 것은 길 인근의 세인트앤드루스 스퀘어.윈저스퀘어 커뮤니티 등 지역 커뮤니티들의 강한 반대 때문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역이 한인타운에 포함되는 것에 대해 지역 내에 한인업소들이 많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몇십년 동안 별도의 커뮤니티로 운영되던 지역을 한인타운에 포함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겠지만 최소한 이번보다는 활발한 협의가 이뤄졌을 것이다.
한인타운 구역안은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지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시정부로부터 한인타운을 인정받더라도 확정되는 한인타운을 어떻게 채우고 발전시키느냐는 한인사회의 손에 달려있다. 단순히 한인타운의 경계선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기뻐하기 보다는 이미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한인타운에서 우리의 문화와 삶을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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