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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딜로이트 공동기획 '이노패스트 15'-8] 홈 네트워크 시장 선두주자 '코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세계 1인자 꿈꾼다
기술력에 자만하다 한때 쓴맛
"시장 흐름 읽지 못하는 제품은 아무리 첨단이라도 외면 당해"

‘한국 대표기업’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 기업들입니다. 중앙일보는 작지만 강한 15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스토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할 예정입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의 컨설팅도 함께 소개합니다. 또 매년 이들 기업의 성과를 다시 취재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도 분석해 나가겠습니다.

기술력. 잘나가는 기업들이 내세우는 성장 비결이다. 여기에 첨단이나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정작 탄탄한 기술력을 지닌 코콤의 고성욱(60) 사장 생각이 조금 다르다. "기술에 자만하는 중소기업이 의외로 많습니다. 소비자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놓고는 '이래도 안 사느냐'는 식이죠. 그러나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제품은 아무리 첨단기술로 무장했더라도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기술을 위한 기술 그 자체보다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술을 가볍게 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고급 기술로 세계시장에서 겨뤄본 현장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코콤의 기술력은 제품 목록에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병원 간호사 호출 시스템(1984년) 비디오 도어폰(87년) 디지털 컬러 CCTV용 카메라(94년) 디지털 스틸 카메라(96년)…. 한국 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 또는 제품들이다.

그런데도 고 사장이 '기술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초장엔 기술로 톡톡히 재미를 보다 덜커덕 좌절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76년 인터폰 제조업체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처음엔 탄탄대로를 걸었다. 87년 한국 최초로 개발한 비디오 도어폰에서 절정을 맛본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 화면으로 금세 확인할 수 있었으니 목소리만 나오는 기존 도어폰에 비해 혁신적 제품이었다. 특히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게 결정적이었다. "90년대 중반 우리가 월 6만~7만대의 비디오 도어폰을 생산할 때 2 3위 일본 업체의 월 생산량은 1만5000여대에 불과했습니다. 코콤이 세계 비디오 도어폰 시장을 쓸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지요." 그렇게 코콤은 89년 이후 97년까지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비디오 도어폰 메이커로 군림했다.

90년대 말엔 홈 네트워크 시장으로 진출했다. 이것도 성공 스토리의 일부다. 홈 네트워크는 가정의 자동화 기기에 통신.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코콤은 홈 네트워크란 단어가 낯설었던 98년 이 시스템을 신축 아파트에 설치했다.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먹구름은 그 언저리에서 몰려 왔다. 9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후발사들과의 기술 격차는 점점 좁혀졌다. 비디오 도어폰 시장도 성장세가 꺾이고 있었다.

이에 대응해 고 사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한 게 디지털카메라였다. 이미 카메라 시장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기울고 있던 상황이었다. 코콤은 80년대 말부터 CCTV 카메라를 만들었으니 기술력도 갖추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96년 자사 브랜드의 카메라를 개발했다. 한국에선 최초로 탄생한 디지털 스틸 카메라였다. 그러자 일본의 니콘이 코콤의 기술력에 주목했다. 니콘은 경쟁사에 비해 디지털로의 전환이 늦어 기술력 있는 아웃소싱 업체를 찾고 있었다. 그게 코콤이었다.

그러나 코콤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카메라 기술력보다는 마케팅에서 실패했습니다. 가전.컴퓨터 매장이 아닌 카메라 전문점을 공략한 것이 화근이었지요." 그는 "기술력만으로 시장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교훈을 그때 깨달았다"고 아쉬워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새로운 도전에 착수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다. "이들은 홈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5년여 전부터 LED의 시장성을 파악하고 3년 전부터는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도 그에겐 친숙한 분야다.

그린 에너지 사업에서 단꿈을 꾸고 있지만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의 부진한 성적이다.

LED와 스마트 그리드. 여러 기업이 뛰어들고 있으니 기술력으로 승기를 잡고 마케팅으로 우세를 다져야 하는 분야다. 기술 외곬에 대한 고 사장의 반성은 비디오 도어폰 세계 1위의 성공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야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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