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 금메달이래도 기분은 정말 좋아요"
남자 1만m 금메달 이승훈 인터뷰
스피드스케이팅 5000 은메달에 이어 23일 1만에서 금메달을 따 '장거리 챔피언'으로 등극한 이승훈(22)은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레이스 도중 코스를 잘못 바꾸는 바람에 탈락하면서 은메달이 될뻔했던 이승훈의 메달 색깔이 황금색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크라머는 12분54초50으로 이승훈보다 4초 가량 빨랐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실격 처리됐다.
다음은 이승훈과 일문일답.
-금메달 소감은.
"솔직히 어부지리 금메달 같지만 기분은 매우 좋다. 다음에 크라머와 제대로 붙어서 꼭 이기고 싶다."
-금메달 확정되던 순간의 느낌은.
"짜릿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2위였다가 금메달로 바뀌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꽃다발 세리머니를 할 때 은 동메달 선수가 가마를 태워줬다. 굉장한 영광이었다. 이 선수들이 아시아 선수로서 처음 금메달을 따낸 나를 대우해준다는 느낌이었다."
-유럽 선수들에 비해 체격적으로 뒤지는데.
"유럽 선수들은 크지만 그만큼 무거워서 체력 소모가 많다. 하지만 나는 키가 작지만 가볍다. 그래서 적은 힘으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체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조에 편성돼 부담은 없었나.
"너무 일찍 레이스에 나서서 불리할 것 같았다. 너무 앞쪽 조여서 다른 선수의 기록을 보고 탈 수 없어서 걱정했는데 기록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유럽 선수들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은.
"유럽 선수들은 다리 길이가 길어서 따라가기 쉽지 않다. 그럴수록 자세를 많이 낮춰야 하는 데 체력적 부담이 크다. 그래서 체력을 기르려고 지난여름 내내 스피드 지구력 훈련에 열중했다."
-크라머의 실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혀 모르고 있다가 크라머가 경기하던 도중 감독님이 '크라머가 실수한 것 같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크라머가 코스를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 그 이후부터 모두 잘못 탄 셈이 됐다. 그런 실수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 아직 한 번도 못 봤다."
-모태범과 이상화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
"모태범과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서 내가 살짝 묻혔다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그런 게 더 큰 자극제가 됐다. 모태범도 크라머가 경기를 하던 도중 '너 금메달이다'라고 알려줬다. 주변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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