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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눔공동체 최상진 목사의 30일간 노숙자 체험기-4] 어디로 가시나이까?

쉘터 열군데서 거절 당하자 두려움 엄습…앞이 캄캄해져

누가복음 9장을 보면 어느 사람이 길을 가시던 예수님께 "주여 어디로 가시든 나는 따르겠나이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예수님은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라고 하셨다. 다시 말하면 '나는 다 내려놓은 빈털터리 노숙자니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나 종말론적인 깊은 의미로 해석을 하면 이 세상에 너무 미련을 갖지 말고 주님과 함께 하늘나라를 건설하는데 소망을 가지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주님이 가르쳐 주신 나눔과 섬기의 도를 따라 위로는 하나님을 아래로는 이웃을 섬기는 제자도의 삶을 실천하라는 말이다.

세상을 살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만큼 두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한 밤중에 마약과 살인이 난무하는 흑인 슬럼가에서 길을 잃어 본적이 있는가. 해가 저물어 버린 깊은 산중 숲속에서 나침판도 없이 길을 잃어 본적이 있는가.

뉴욕 맨해튼 같은 대도시를 운전하다 내비게이션이 작동을 안 해 어디로 가야할지 당황해 본 경험이 있는가. 갑자기 실직돼 내일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적이 있었는가.

지난 1월22일 30일간의 노숙자체험을 위해 늦은 저녁 메릴랜드에서 필라델피아로 떠날 때였다. 운전 중에 그리고 휴게소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노숙자 쉘터들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어디를 가든 영하의 날씨에는 24시간 오픈하는 응급쉘터가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안했었다. 그러나 저녁9시가 넘자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노숙자 쉘터에 잠자리를 요청하는 데로 거절을 당했다. 영하의 날씨라 노숙자들이 몰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섯 군데에 전화를 했는데 모두 거절을 당했다. 일곱 번째 전화를 한 쉘터는 오후 4시까지 도착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이 증명된 노숙자들에 한해서만 받는다며 거절했다.

밤 10시가 돼 필라델피아의 다운타운이 눈에 보였다. 캄캄한 다운타운을 지날 때 갑자기 두려움이 더 엄습했다. 어디로 가야할 지 그리고 어디서 잠을 자야할 지 걱정이 앞섰다. 여덟 번째 쉘터에 전화를 했더니 자리가 없다며 다른 쉘터 전화번호 하나를 달랑 주고는 쌀쌀맞게 전화를 끊었다.

다운타운 흑인 슬럼가에 완전히 들어섰을 땐 정말로 오금이저릴 만큼 무섭고 떨렸다. 우리 평화나눔공동체 노숙자들이 그렇게 노숙자체험을 하지 말라고 나를 말렸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두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어디로 가야할지 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아홉 번째 쉘터에 전화를 했더니 한 백인 여성이 자리가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나는 11년 동안 워싱턴 DC에서 노숙자를 돕고 있는 목사라며 사정을 했다. 결국 그곳에서도 거절을 당했다. 실망이 극에 달하자 두려움도 극에 달했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 쉘터에 전화를 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했던 워싱턴 DC의 슬럼가와 별 차이가 없는 데 오늘은 왜 이렇게 무서운 걸까. 정 안되면 차안에서 자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차 안도 불안하다는 생각에 온몸이 써늘했다.

다시 용기를 내 애절하게 도와달라고 사정을 하자 웨이팅 리스트에 넣어 줄 수는 있지만 자리가 없으면 의자에 앉아 밤을 지새워야 한다고 했다. 이 밤에 앉아 있을 공간만 있다는 것 하나로도 너무 기뻤다. 펜실베이니아 다운타운 흑인 슬럼가에 위치한 '릿지 에비뉴 쉘터'에 도착하니 밤10시30분이 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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