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준비는 끝났다…"오서 코치의 올림픽 한도 한꺼번에 푼다"
23일 오후 8시 마오 이어 쇼트프로그램 출격
▷오서의 길= 1988년 캘거리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은 브라이언 오서와 브라이언 보이타노(미국)가 펼친 '브라이언 대결'로 피겨 역사의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오서는 84년 사라예보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87년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었다. 더구나 캘거리올림픽은 자신의 홈링크에서 열렸다. 캐나다 국민의 열망을 한몸에 받은 오서는 당연히 우승후보 '0순위'였다.
최고 난도인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구사해 '미스터 트리플 악셀'로 불렸던 오서는 마지막 날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번의 트리플 악셀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차례를 난도가 낮은 트리플 플립으로 바꿨다. 실수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오히려 경쟁자인 보이타노가 자신의 주특기인 트리플 러츠를 버리고 두 차례나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다. 오서는 불과 0.1점 차로 보이타노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오서는 지금도 "그때의 플립 점프가 늘 뇌리를 맴돈다"고 얘기한다.
캐나다는 지난 15일 알렉산더 빌로두가 남자 모굴스키에서 금메달을 따내자 열광의 도가니였다. 세 차례나 올림픽(여름.겨울 포함)을 개최한 캐나다가 자국 땅에서 수확한 첫 금이었다. 오서가 그 주인공일 수 있었지만 캐나다는 22년을 기다려야 했다.
▷김연아의 길= 김연아가 처한 상황은 22년 전의 오서와 매우 비슷하다. 김연아 역시 지난해 세계선수권자다. 2009~2010 시즌 그랑프리 대회에서도 전관왕을 차지한 김연아는 금메달 후보 '0순위'다. 조국에 '최초'라는 영예를 안겨줘야 하는 상황까지 똑같다. 오서 코치가 김연아에게서 22년 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김연아의 경쟁자들 역시 이런 '부담감'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피겨선수권대회에서 레이철 플랫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자 미국 언론들은 "올림픽은 부담감이 승부를 좌우한다. 세계선수권자들이 올림픽 금메달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하는 건 쏟아지는 기대와 그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라며 "안정된 연기를 하는 플랫이 올림픽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안도 미키(일본) 등 경쟁 선수들이 "올림픽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가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오서 코치는 "어느 누구도 연아를 따라올 수 없다"고 장담한다. 오서는 "연아는 내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수시로 조언을 구해온다"며 "그럴 때마다 나는 '메달을 생각하지 말고 훌륭한 연기를 펼치는 데만 신경 쓰자'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에도 김연아에게 "네가 (신문.방송.인터넷 등에서) 읽거나 듣는 걸 다 믿지 마라"고 조언한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규정종목)은 23일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하며 김연아는 오후 8시께 5조 세번째 순서로 나선다. 김연아에 앞서 강력한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6분 앞서 출전한다. 25일엔 오후 5시부터 프리스케이팅이 펼쳐져 메달 색깔을 결정하게 된다.
밴쿠버=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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