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보건센터 수혜 자격 강화 파장-상] "갈 곳 잃은 한인 노인 우울증 걸릴까 걱정"
내달 1일부터 프로그램 축소·폐지
이용자중 30% 에게만 혜택 제공
주정부의 예산안에 따르면 한인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양로보건센터의 경우 수혜자 자격을 대폭 강화시키게 된다. 주정부 적자살림의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양로보건센터의 한인 노인들을 만나 생활 속에서 직접 느끼는 충격을 확인해봤다.
LA다운타운에 있는 올리브 노인아파트에 사는 하복수 할머니(88). 옆에서 부축을 받아야 걸어다닐 만큼 거동이 불편한 하 할머니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마다 웨스턴양로보건센터에서 물리치료와 상담을 받는다.
오전 8시에 양로보건센터에 도착해 센터의 친구들과 며칠동안 쌓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침식사를 하다보면 운동 시간이 돌아온다. 담당 직원과 함께 운동하는 할머니의 표정은 비장하다. 하 할머니는 "아파트에서 거의 운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한 동작도 따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표정은 점심시간이 다가올수록 굳어진다. 친구들과 헤어져 텅 빈 의자와 가구만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게 아쉽기 때문이다.
남편과 일찍 사별했다는 하 할머니는 "2남 2녀의 자녀중 3명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며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이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쉬며 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하겠지만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대화할 사람없이 혼자 사는 노인에게 집은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생활을 5년동안 해온 하 할머니는 하지만 오는 3월부터 양로보건센터를 다닐 수 없게 된다. 가주 정부는 최근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거동이 힘든 노인에 한해 양로보건센터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수혜 자격을 대폭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3년 전부터 양로보건센터를 이용하고 있다는 윌리엄 이 할아버지(82)는 다시 알코올 중독에 걸릴까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아내와 사별한 뒤 술에 빠져 지내다가 여기(양로보건센터)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운동을 하며 술을 줄였다"며 "여기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면 다시금 술독에 빠지게 될까 무섭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업소록에 따르면 남가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인 양로보건센터는 20여곳. 2004년까지만 해도 이보다 2배가 많은 곳이 운영됐으나 예산이 매년 축소되면서 문닫는 업체가 속출해왔다.
양로보건센터 관계자들은 주정부가 올해 서비스 대상을 대폭 축소시킬 경우 극히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센터들은 운영난으로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웨스턴 양로보건센터의 진 김 원장은 "센터를 이용하는 노인이 하루 평균 70~80명이지만 새 규정이 시행되면 이중 70%가 이용할 수 없다"며 "노인들의 대다수가 영어구사가 힘들고 이들의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별도의 시설도 없어 양로보건센터가 폐쇄될 경우 정신관련 질환이 늘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사이프리스 소재 사랑양로보건센터의 유니스 한 원장은 "대다수의 센터들이 심각한 운영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노인들은 크게 바뀌면 우울증 등 각종 정신적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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