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일보-딜로이트 공동기획 '이노패스트 15'-6] 화우테크놀러지

"남들 안 간 길 간다"…LED 조명 화려한 외출
기계분야 선진국 200년 앞서 못 따라가
LED 한발 앞서 개발…1년사이 5배 키워

‘한국 대표기업’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 기업들입니다. 중앙일보는 작지만 강한 15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스토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할 예정입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의 컨설팅도 함께 소개합니다. 또 매년 이들 기업의 성과를 다시 취재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도 분석해 나가겠습니다.

대학에서 철학 전공. 졸업 후 3년간 보험회사 근무. 월급쟁이 생활을 접고 찾아든 곳이 청계천 기계 골목. 친척 공장에서 기계 고치는 것을 돕다가 창업. 유영호(50) 화우테크놀러지 사장이 기계 공장(화우기계)을 차린 것은 꼭 20년 전이다.

그러다 2000년 이후 공작기계 메이커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자로 화려한 변신이 시작된다.

LED 말 그대로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다. 휴대전화 화면을 밝히는 데 주로 쓰인다. 최근엔 TV용 디스플레이 뒤에 들어가는 백라이트로도 쓰임새가 넓어졌다. 요즘 LED가 각광받는 건 소재의 친환경성 덕이다. 같은 전력으로 형광등이나 백열등보다 훨씬 밝은 빛을 내고 수명도 길다. 유럽에서는 수년 내에 전력 소모가 큰 백열등을 LED 조명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백열등은 전력의 5%만 빛으로 바꾸고 95%는 열로 소비합니다. 반면 LED 조명은 전기 에너지의 80%를 빛으로 바꾸니 에너지 효율에서 비교가 안 되죠. 에너지 절감이 각국 공통의 화두가 되면서 자연히 LED 조명에 대한 수요가 커진 거죠."

사슴 떼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길목을 지키는 포수의 전략이라고나 할까. 화우테크놀러지는 2006년 평판형 LED 조명인 '루미시트'를 2007년엔 전구형 '루미다스'를 내놓았다. 한국보다는 일본과 미국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 장사가 됐다. 전기요금이 비싸고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같은 사회적 요구가 큰 선진국들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2008년 LED 조명 매출액 608억원 중 83%가 수출이다.

'블루오션'인 LED 조명과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기계공장을 운영하면서 부닥친 장벽을 넘기 위한 끊임없는 탐구와 혁신의 결과다. 그는 화우기계를 창업한 뒤 처음엔 외국산 공작기계를 들여와 본떠서 팔았다. 그러다 자체 설계로 CNC(수치제어) 전용장비를 개발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컴퓨터로 디자인한 문양을 정교하게 깎아내는 기술로 기계를 꽤 팔았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기계에선 선진국이 우리보다 200년은 앞서 있습디다. 도저히 못 따라가겠더군요. 웬만한 건 모두 특허로 걸려 있고 브랜드도 경쟁이 안 됐어요. 한국 시장은 너무 작아 외국으로 나가야겠는데 기계로는 이길 수가 없겠더라고요."

적어도 출발선이 비슷해야 세계 무대에서 어느 정도 겨뤄볼 것 아닌가.

그래서 그는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찾았다. 그래야 앞서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다고 그간 노하우를 쌓은 기계 사업과 영 동떨어져서도 안 됐다. 우선은 CNC조각기계를 활용해 지하철역 대형 광고판 제작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광고판 디자인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형광등을 대신할 광원을 찾던 중 LED를 알게 됐다. 2000년이었다.

LED 조명 시장의 규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초기 단계였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분야였고 그래서 열심히 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출발선에서 총성이 울렸는데 우리가 먼저 출발한 셈이지요."

이때부터 LED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다른 회사들이 20W급 제품을 들고 나왔을 때 화우는 80W급의 제품화에 성공했다. LED는 밝기를 높이면 열이 많아진다. 이 열을 다스리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아크릴판에 홈을 파서 LED를 5분의 1 정도만 집어넣고 나머지 5분의 4는 밖으로 드러나게 고정시킨 뒤 방열 코일을 둘러 열을 밖으로 빼내는 '방열 코일 기술'을 개발했다. 빛이 앞으로만 나가는 '직진성'을 보완하고 골고루 퍼지게 하기 위한 광유도 기술도 개발했다. 여기엔 CNC 공작기계의 정교한 커팅 기술을 응용했다.

이렇게 개발한 기술로 그는 세계 40개국에서 특허를 냈다.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을 때 한 발 앞서 연구해 먼저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오스람이나 필립스 같은 대기업들은 '제 살 깎아먹기'를 우려해 LED 조명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LED 조명은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04~2006년 140억원대에 머무르던 연간 매출액은 2008년엔 5배가 넘는 742억원으로 불었다. 또 2006년 7.2%였던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9.3%로 뛰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금융위기는 역풍이었다. 일본.미국.캐나다 등 해외 합작법인 추진이 뒷걸음질쳤다. 또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바람에 요즘은 투자자 찾기에 다시 나섰다. 대량생산에 대비하기 위해 신축한 공장을 규모 있게 돌리는 것도 유 사장의 고민거리다.

"경기 침체의 돌파구로 녹색성장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또 나라마다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이 가시화하고 있지요. 점점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LED 가격이 떨어지면 산업용에 머무르던 수요가 가정용으로도 확산할 겁니다. 곧 대량 판매할 수 있을 때가 올 겁니다."

유 사장은 '기업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남기 위해 CNC공작기계에서 광고판으로 그리도 다시 LED 조명으로 신속하게 방향을 틀었다. 그는 다시 진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LED 조명 시장도 머지않아 레드오션이 되겠죠. 국내 경쟁업체만 수십 곳인 데다 장기적으로 다국적 기업과의 싸움이 되면 승산이 없다고 봐요."

그래서 또 아이디어를 짜냈다. LED조명과 이산화탄소 배출권 사업을 연계한 것이다. 대규모 사업장과 공공시설에 LED 조명을 설치하고 그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량만큼을 탄소배출권으로 거래해 수익을 얻는 사업 모델이다. 정부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승인도 받았다. 그의 경영 철학 '중원을 장악해 천하를 평정한다'는 것이다. 일단 중원을 장악했으니 이젠 다음 단계로 들어설 태세다.

특별취재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