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더 뜨거워진 '지구 온난화 논쟁'
"폭설은 지구가 추워지는 증거" vs "기후 요동이 바로 온난화 결과"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은 보수파를 중심으로 한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이다. 연방 상원 의원으로 지구온난화를 의심하는 대표적인 사람 가운데 하나인 제임스 인호프(공화. 오클라호마) 의원실은 최근 워싱턴의 의사당 앞마당에 눈으로 이글루를 한 채 지었다. 이글루 집 꼭대기에는 '앨 고어의 새 집'이라는 사인 보드를 달아놨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가 무슨 말이냐며 지구온난화 대책의 전도사로 알려진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비꼰 것이다. 고어 전 부통령은 화석연료 사용 등의 급증으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사람이다.
버지니아 주 공화당도 최근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12인치의 지구온난화'라는 광고 문구를 올려놨다.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는데 12인치나 눈이 내리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꼬고 있는 것이다. 이 문구는 지구온난화 대책에 적극적인 버지니아 출신의 민주당 하원의원을 겨냥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주부터 계속되고 있는 동부 지역의 폭설은 상당수 보통 시민들에게 지구온난화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데 왠 눈이 그리 많이 오느냐"는 의혹을 가질 만한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기후 전문가들은 폭설 자체가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기후변화 전문가로 연방 에너지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조지프 롬은 "폭설을 기화로 잘못된 과학적 사실을 전파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일부 보수파 인사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폭설이나 폭우 등 이른바 '악기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욱 잦아지리라는 것은 예상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학자들이 이전에 발표했던 많은 논문들에도 폭우 폭설 허리케인 등이 더 잦아질 것이라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가 과거보다 더 많은 열을 품고 있다 보니 기상현상이 더 극단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들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UN의 보고서 가운데 조작 혹은 오류를 의심할만한 대목이 발견되면서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후에 관해 깊은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들로서는 큰 기상이변이 있을 때마다 지구온난화에 대해 입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을 때 또 지난 2003년 유럽에 사상 유례없는 열파가 몰아쳤을 때도 이번과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당시는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입장은 계절에 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기 쉽다. 즉 태풍이나 폭우처럼 여름철에 흔히 나타나는 기상이변을 접하면 지구가 온난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반대로 폭설이나 한파가 닥치면 지구온난화에 대해 회의를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구의 온난화를 주장하는 상당수 학자들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특히 잦아진 각종 기상이변들이 모두 지구온난화로 설명될 수 있다며 시급히 전세계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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