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폭탄에 한인들 망연 자실…설·밸런타인스데이 대목 놓칠라 발동동
사상 초유의 폭설 대란으로 도심 기능이 마비되면서 워싱턴 한인사회 역시 곳곳에서 생활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버지니아 폴스처치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윤영실 씨는 최근 밀려드는 꽃 주문에 가게 문을 열어놓고 폭설에 출퇴근이 어렵다 보니 집에는 들어가지 못한 채 지난 일주일간 가게와 인접한 호텔에서 기거하고 있다. 윤 씨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요맘때가 가장 큰 대목인데 주문은 밀려오고 차량은 움직일 수 없고 해서 때 아닌 호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가 공식적으로 업무를 중단해 버려 이민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2008년 시민권자 남편을 만나 영주권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주부 조 모씨(맥클린 거주)는 11일 인터뷰 심사가 계획돼 있어 직장에 휴가까지 내고 이민국 사무실로 달려갔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조 씨는 “제설작업도 많이 진행돼 오늘까지도 이민국 사무실이 문을 닫을 줄은 몰랐다”며 “인터뷰 일자만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이러다 자칫 이민 진행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항공기 운항이 끊기면서 공식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예와 회화의 만남으로 ‘이모그래피’를 창시한 허회태 작가는 이달 개최되는 조지메이슨대학교 워싱턴 마지막 전시회 개최차 11일 워싱턴으로 입국하려 했지만 항공편이 취소돼 아직 들어오지 못했다. 이모그래피 임미영 미주코디네이터는 “폭설로 전시회 작품 전시와 준비 등에도 애를 많이 먹었었다”며 “다음주 초에 또 다시 폭설이 예보돼 있어 혹시나 전시 일정까지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소아과와 일반 가정의원 등 대부분 개인병원들이 폭설 기간에 문을 닫아버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기본적인 체크업은 물론 감기 기운 등 질환과 관련해서도 평소 이용하던 병원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밖에도 우체국이 문을 닫는 바람에 우편 배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체크로 각종 페이먼트 등 납부일을 지키지 못한 가구들 역시 과태료 부과를 우려하는 등 지겹던 눈은 그쳤어도 크고 작은 불편들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천일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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