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렌타인데이’<설+밸런타인스데이> 특수는 살아있다
폭설 대란 겪은 플러싱·팰팍 한인 업소들…
11일 오전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 한식당 ‘팔각정’. 화장기 없는 이영희 사장의 얼굴에서 전날의 힘겨움이 묻어났다. 숨을 고른 이 사장은 전날 퍼부은 폭설에 대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전멸이었죠, 지난 주말(6일)에도. 눈은 오지도 않았는데 폭설 예보에 고객들 발길이 뚝 끊겼어요. 일요일인 7일에는 수퍼보울 영향으로 장사는 기대도 하지 않았죠. 그리고 어제까지…. 일주일 장사가 완전히 끝난 거죠.”
불경기 하나 감당하기도 힘든 차에 주말만 되면 폭설에다 혹한까지 몰아닥쳐 힘겨웠던 상인들은 어제 쏟아진 최고 15인치의 폭설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뉴욕과 뉴저지 모든 지역, 모든 업종을 망라해 피해는 막심했다. 대부분의 상가들은 어두워지기 전에 영업을 포기했다. 전기비와 인건비라도 절약하기 위해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상당했다.
◇ 기다리다 지쳐 영업 포기=이른 아침부터 업소 앞 눈을 치우는데 여념이 없는 팰팍 신라제과 김영재 사장의 입에서는 연신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전날 평소보다 3시간 일찍 가게 문을 닫았다고 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오겠지 기대하면서 기다릴만큼 기다렸지만 행인들 발길조차 뚝 끊긴 상태였죠. 어제는 평소보다 고객이 3분의 1 수준도 안 됐어요.”
일부 업주들은 일찌감치 영업을 포기했지만 김 사장과 같이 ‘설마’하는 기대감에 ‘한 시간만 더 기다리자’며 자리를 지킨 업주들도 있었다. 특히 한인 업소들이 밀집한 팰팍에서는 서로 동향을 살피며 조금이라도 더 영업하려고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을 벌였다는 후문.
플러싱 162스트릿 하나로 비디오 장공환 사장도 그랬다. 주변 14개 업소 중 3곳만이 오후까지 영업을 한 162스트릿 노던블러바드·샌포드애브뉴 상가 중 장 사장은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기다린 축이었다.
장 사장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지만 이왕 나왔는데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문을 열고 기다렸다”며 “하지만 결국에는 평소 10시보다 3시간이나 일찍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그래도 ‘설렌타인데이’ 특수 기대=절망이 지나가면 희망이 싹뜨는 법. 올 초반 최대 대목이라고 여겨지는 ‘설렌타인’(설날+밸런타인스데이) 대목이 이번 주말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한인 업주들은 내심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플러싱 북창동순두부 원미영 사장은 “지난해 밸런타인스데이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외식을 했다. 설을 크게 쇠는 중국인 고객은 줄 수도 있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폭설 속에서도 설렌타인데이 특수를 실감한 업종도 있었다. 꽃집들은 설과 밸런타인스데이가 겹치면서 예년과는 달리 빨간 장미 뿐만 아니라 설을 쇠는 중국인 고객들이 많이 찾아 그야말로 ‘눈 속의 만개’를 경험했다.
전날 정상영업을 했다는 플러싱 서승희 꽃집 배미정 사장은 “눈 때문에 걱정했지만 전화 주문이 많았다. 설이 겹쳐 선물용 화분, 군자난 등 주문이 예년보다 10% 늘었다”고 전했다.
해피꽃집 고명희 사장 역시 “중국인들이 주로 찾는 글라디오라스와 한인들이 성묘할 때 쓰는 하얀 국화·백합 등이 평소보다 20% 정도 더 팔렸다”고 밝혔다.
강이종행·최희숙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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