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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불신감 키우는 '급발진의 진실'

서우석/사회부 차장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50초 분량의 교통사고 동영상이 있다. 바로 지난해 8월28일 샌디에이고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와 탑승자 4명 전원이 사망했던 렉서스 ES350 차량 사고의 최후의 육성기록이다. 시속 120마일로 가속되는 차량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남성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처절하다.

도요타 자동차의 급발진 파문과 대규모 리콜 사태는 바로 이 사고가 도화선이 됐다. 사고 내용을 접한 미국인들은 그동안 기술과 신뢰의 상징으로 여겼던 도요타에 불신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 뒤인 11월5일 LA지역 한인들이 도요타 소유주들을 대표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반향은 엄청났다. '나도 급발진 사고를 당했다'는 한인들의 문의가 매일 10~20건씩 이어졌다. 이어 이들의 집단소송에 한인 최원규 변호사도 함께 참여해 추진하고 있다는 본지 후속 보도 이후부터는 문의가 2배 이상 늘어났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각지에서 소송 바람이 불면서 도요타가 직면한 집단소송 건수는 모두 46건으로 불어났다. 그 사이 도요타는 바닥 매트와 개스 페달의 결함을 급발진 원인으로 발표하고 대규모 리콜을 단행했다.

신차 생산 및 판매 잠정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진행된 수 차례 리콜은 현재 하이브리드 차량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도요타 자동차가 850만대 손실액만 2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리콜을 실시중이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석연치가 않다. 결함 원인이 도요타측이 말하는 바닥 매트나 개스 페달이 아닌 '전자식 드로틀 제어장치(ETCS-i)'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집단소송은 물론 연방 의회에서도 앞으로 집중적으로 다뤄질 부분이기도 하다.

최 변호사는 "ETCS-i 결함을 해결하려면 급발진이나 바닥 매트 등으로 개스 페달이 고착된 상태에서도 브레이크 페달만 밟으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브레이크 제어장치'를 보강해야 한다"며 "도요타가 근본 원인을 고치지 않고 사실상 헛돈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도요타가 지난해 이미 브레이크 제어장치 설치 방침을 밝혔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도 'ETCS-i에는 결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도요타의 이해하기 어려운 방침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11월말 가속 페달 교체를 위해 400만대 차량을 리콜을 발표하면서 렉서스 3개 모델 캠리 아발론 차량에 브레이크 제어장치를 설치하고 내년부터 전 차종으로 이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함께 밝혔다. 하지만 당시 도요타는 대규모 리콜의 추가조치 정도로 이 문제를 축소해 다뤄 언론이나 소비자들을 통한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도요타가 ETCS-i 결함을 알면서도 어마어마한 리콜 규모가 두려워 이를 숨긴다는 의혹도 있다. 리콜 대상이 2000년대 초반 이후 생산된 자사 전 차종으로 확대돼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키오 도요다 사장은 두 차례나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불안한 도요타 차량 소유주들은 리콜이나 사과보다는 '진실'을 원하고 있다. 이는 도요타 차량 가격이 급락하고 구매 대상에서 도요타를 제외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이유다.

'급발진의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전에는 도요타에 대한 불신감은 쉽사리 사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청문회나 법정에서 가장 솔직하고 적극적이어야 할 것은 도요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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