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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자원봉사, 입시, 교육

부모가 먼저 자원봉사를 하는 삶을 살다가 자녀에게도 오직 사회에 기여하도록 자원봉사를 하게 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사실 자녀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과 기여를 가르치려고 고민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아주 어린 나이일 때부터 자원봉사를 하도록 이끌지만, 어린 자녀들이 가서 봉사할 곳도 마땅치 않다. 결국 중고생이 되어서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가 되면 대학 입시에 필요한 기록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자원봉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 많은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가 입시 준비라는 점이 편치 않다. 자녀의 마음에는 사회에 대한 관심도 없고, 스스로 봉사하려는 마음, 남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조금도 안 보이는데, 입시에 필요해서 할 수 없이 자원봉사를 하도록 이끄는 것이 양심에 걸린다고까지 말하는 부모를 만난 적도 있다. 실제로, 전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학생이 부모의 강요로 자원봉사를 하러 왔다가 다른 학생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도 보았다.

정해진 시간에 늦기는 예사이고, 맡은 일을 제대로 안해서 일을 망치는 경우도 보았다. 마음에 없는 자원봉사는 ‘자원(自願)’이 아니기에 다같이 힘들기만 하다. 그런데 입시 준비를 위해 하는 자원봉사는 정말 무의미하고, 기록을 만드는 것 외에는 가치가 없을까?

수년 동안 학생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고, 일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입시를 위해 추천서를 쓰는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입시 준비 때문에 하는 자원봉사, 부모의 손에 이끌려 시작한 자원봉사라도 자녀들에게는 유익하다. 우선 모든 기관, 단체들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정기적인 교육이 있다.

이 교육은 부모들이 미처 모르는 사회 문제와 봉사자의 마음 자세, 다른 봉사자들과의 협력 방법을 교육한다. 또 자원봉사자 한 사람의 헌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려주어 자부심도 심어주며 책임감도 갖도록 한다. 부모의 권유로 시작할지라도 자녀들은 자원봉사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봉사에 대한 긍지를 갖게 된다.

매사에 공정한가(fair)를 따지기 좋아하는 미국 사회에서 자원봉사는 공정성 추구를 넘어서 관용과 사랑, 양보와 이해를 구성원들에게 가르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커뮤니티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타인의 상황을 헤아려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 학생은 커뮤니티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전에 불법 체류자들은 모두 추방해야 하며, 그들을 위해 식품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원봉사를 시작한 후, 그들이 가난한 조국에서는 도저히 가족을 부양할 수 없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힘든 일도 마다 않고 한 후 조국의 가족에게 송금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을 바꾸었다. 불법 체류 신분이기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는 그들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법과 공정성의 잣대로만 잴 수 없는 상황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 무료 급식을 받는 빈민들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았지를 알게 되었다.

대가족 제도 아래, 사돈의 팔촌까지 연락을 하고, 각종 경조사를 함께 치르던 한국의 문화에서는 자주 구성원간의 갈등도 있는 반면, 타인의 상황을 그만큼 더 많이 생각했었다.

주변 사람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살면서 종종 실례를 하기는 했지만, 주변에 관심을 늘 가지고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살던 한국인들이었다. 이에 반해 미국인들은 핵가족 제도 아래 개인주의를 중요시해 왔고, 법과 계약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공정성의 가치를 중시하다 보니, 사회의 한 쪽에서 공동체 의식을 높이며 관용과 자비를 찾는 움직임이 자원봉사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도 같다.

법과 공정성을 추구하다가는 관용과 사랑을 실천할 수 없고, 관용과 사랑만으로는 자칫 무질서해질 수 있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 자녀들이 균형을 잃지 않고 세상과, 사람들과 소통하고 화해하면서 사는 방법을 자원봉사는 알려준다. 어린 아이들이 공부를 진정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도 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 배우는 것이 있는 것처럼, 자원봉사도 일단 시작하면 얻는 것이 있다.

입시에 필요한 기록을 만들기 위해서 시작해도, 참여하는 동안에 전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세상을 더 큰 눈으로 보게 된다. 그러니 우리 자녀의 필요에 의해서 자원봉사를 시작한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자.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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