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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라인]'못생긴 성형외과 의사'

배원혁/성형외과 전문의

"성형외과 의사들은 왜 보통 얼굴이 못생겼을까?"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 창에 올라온 질문이다.

재미있는 질문이긴 한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살짝 억울하다. 성형외과 의사라고 해서 얼굴이 잘 생기라는 법은 없고 또 실제로 세련된 외모와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으로 '얼짱의사'로 불리는 전문의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외과 의사들의 대부분이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이유는 아무래도 공부에 열중하느라 외모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학창시절과 고된 수련의 과정 때문이 아닐까 하고 변론을 늘어놓아 본다.

그래도 환자입장에서 바라보면 상담을 하러 갔는데 성형외과 의사부터 성형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부작용이 걱정되어 안하는지 믿을만한 동료의사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진짜 수술하는데 있어서 의사들만 아는 무슨 비밀이 있어 가족 친지 및 본인은 절대 수술을 안 하는 건지 이런저런 의문이 생길 것 같기는 하다.



필자도 화장품을 팔거나 피부 관리 해주는 분들의 피부가 별로이거나 안과 의사들이 라식 안하고 안경 쓰고 다니는거 보면 쉽사리 신뢰를 주고 맡기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이곳 미국 군대 내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었다. 놀라운 것은 범인이 정신과 군의관이었다는 것인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파병 장병들의 정신과 상담을 주로 했던 이슬람계로 자신의 신념과 군인이라는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던 것 같다.

정신과 의사라면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일을 도와주는 직업인데 정작 자신은 구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그의 전공분야가 대인관계 갈등이라니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진료과목 특성상 피부나 외모관리를 하지 않으면 환자들도 신뢰를 가지고 치료받기 힘들다. 따라서 보톡스나 점을 빼고 관리하는 정도는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들은 다 하고 있을 것이고 그 중 일부는 성형수술을 받은 이들도 있다.

다만 일반인들처럼 알리고 싶지 않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잘나왔다 해도 자신이 직접 한 수술이 아니고 만약 결과가 좋지 않다면 자신의 얼굴도 망쳐놓은 성형외과 의사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노심초사다. 본인도 친인척은 물론 동료 성형외과 의사들까지 수없이 시술을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수술을 주변의 다른 성형외과 의사에게 부탁하기에는 너무 아는게 많아 불안한게 사실이다.

레오니드 로고조프라는 러시아 의사가 생각난다. 1961년 4월말 옛 소련의 남극기지 남극탐사 대원으로 참여한 로고조프 박사는 13명의 탐사대원 중에서 유일한 의사였는데 어느날 복부통증과 고열에 시달리게 되고 스스로 극성 맹장염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후송을 위한 비행기를 부를 수도 없었고 시간을 지체하면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로고조프는 스스로 수술하기로 결심하고 부분마취 아래 1시간 30분을 시술했다. 엔지니어 한명과 기상학자가 거울을 들고 수술기구를 건네주면서 도왔다 한다. 의사이면서 동시에 환자였던 로고조프는 인간의 생존열망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 보여주는 표상이다.

거울을 보고 왼쪽 오른쪽이 헷갈렸을 것이고 수술 시에 창자를 밖으로 당겨 낼 때는 통증이 공포로 나타났을텐데 그런 걸 다 참아내며 홀로 수술을 진행했다니 참으로 대단한 의사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은 성형외과 의사에게나 해당하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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