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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성공 비결] 'Perfect 철학'…후회 남는 게임 안만든다

완벽 - 100% 완벽해야 출시…실패 없는 히트 행진
전율 - 쾌감·감동 주지 못하면 가차없이 개발 포기
사람 - 성장 엔진은 사람…얼굴 맞대고 난상토론

블리자드가 워크래프트 출시 이후 15년 넘게 쾌속항진을 이어온 비결은 뭘까. 이를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물어보려고 캘리포니아 어바인 본사를 찾은 건 지난 15일. LA국제공항에서 한 시간쯤 달리자 ‘블리자드 캠퍼스(16215 Alton Parkway)’가 나타났다.

첫눈에 들어온 건 블리자드의 상징이자 게임 캐릭터인 오크 늑대 기수 동상이다. 빌딩1(본관)의 워크래프트 개발팀과 빌딩2의 디아블로·스타크래프트 개발팀 연구실엔 ‘외부인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블리자드엔 본사 직원 1100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3500명이 일한다.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거친 뒤에야 본관 2층에서 캐주얼 정장 차림의 마이크 모하임 공동 창업자 겸 CEO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게임 캐릭터와 모형이 가득했다.

모하임 CEO는 블리자드의 성공비결을 ‘완벽(The perfect quality)’ ‘전율(The most epic)’ ‘사람(The passionate people)’ 세 가지 경영철학으로 집약했다. 우선 게임의 완성도가 100% 가까이 되지 않으면 출시를 무한정 보류한다. 그는 “세계 게이머들이 연내 서비스를 고대하는 ‘스타크래프트Ⅱ’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대격변’도 최종 단계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친 뒤에 출시 일정을 잡겠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많은 게임을 수시로 내놓다가 성공과 함께 좌절을 맛보는 것과 달리 블리자드는 완벽의 원칙 덕분에 실패작이 없다. 3종의 게임 시리즈만으로 히트행진을 이어가는 비결이다. 그는 “내부적으론 데드라인(마감일)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데드라인을 맞추는 것보다 전율을 느낄 만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시나리오·캐릭터·조작법 등 게임 콘텐트에 관한 경영철학은 ‘전율’이다. 모하임 CEO는 “좋은 게임은 고객의 마음에 떨림과 쾌감을 선사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스포츠여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에 부합하지 않는 게임은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이고, 오래 개발했어도 가차없이 버린다. 그는 “내부에서 다양한 게임들이 개발되지만 철저한 검증 과정에서 전율의 감동을 주지 않고 그저 재미 수준에 머물면 출시를 과감히 포기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확산돼도 우리가 PC 온라인 게임만 고집하는 것도 전율의 철학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자 컴퓨터를 상대로 싸우는 비디오 게임, 손바닥보다 작은 화면의 모바일 게임으론 웅장한 판타지 스토리에 흠뻑 빠져 전 세계 게이머들과 자웅을 겨루는 전율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블리자드의 성장 엔진은 사람이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충성도는 신입직원을 뽑거나 인사고과를 매길 때 기본 잣대가 된다. 또 직원들에게 근무 기간에 따라 회사 상징물을 선사해 주인의식을 북돋운다. 모하임 CEO는 한쪽 벽에 걸린 검·방패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여주며 “근무기간 5·10·15주년 기념 선물인 블리자드 캐릭터의 실물들”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창사 20주년을 앞두고 창업 초기 멤버들이 선호하는 선물은 갑옷이란다.

온라인 회사이면서 오프라인 의사소통을 고집하는 기업문화도 로열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모하임 CEO는 “개발자들이 직위에 상관없이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눠야 신랄한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로열티가 커져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무실 내에는 언론사처럼 개인별 파티션(가림막)이 거의 없었다. 자기 자리에 앉아서도 옆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얘기하기가 편리하다. 한국 지사 직원도 미 본사 출장을 자주 간다. 흔한 화상회의를 동원해 시간·경제적 효율성을 따질 법한데 오히려 스킨십과 실질적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블리자드는 게임 중독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명확한 원칙이 있다. 모하임 CEO는 “게임 출시에 앞서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책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우선 블리자드 게임에선 아이템 거래가 안 된다. 게임을 너무 오래 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도 앞장서 도입했다. 청소년이나 젊은이는 물론 기성 세대에도 블리자드 게임이 건전한 스포츠로 각인될 수 있도록 브랜드 관리에 신경을 쓴다.

모하임 CEO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두드러지게 표했다. 그는 “오늘날의 블리자드를 만든 건 전 세계 게이머들이지만 특히 한국 게이머들은 스타크래프트를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 코드로 창조한 일등 공신”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언론의 취재를 흔쾌히 맞이하고 스타크래프트Ⅱ 베타테스트 일정을 처음으로 외부에 전한 연유이기도 하다.

블리자드는 한국에 대한 투자나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한국 정부·기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블리자드가 한국과 한 배를 타고 글로벌 온라인 게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지난해 900여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도 스타크래프트Ⅱ 출시 등으로 대규모 채용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한국인도 많이 뽑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해 말부터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비공식 한국 방문을 이따금씩 해 왔다.

한국과의 지적재산권 갈등은 빨리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얘기를 관련 단체들과 진솔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블리자드에 새로운 도약의 시기다. 모하임 CEO는 “스타크래프트Ⅱ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대격변’이 올해 잇따라 출시될 수 있을 것 같다. 영업실적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세계적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발돋움하려고 영화·소설 등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테마파크까지 운영하는 ‘디즈니 공화국’ 같은 엔터테인먼트 왕국이 되는 것이 블리자드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말도 했다.

어바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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