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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 선종 "1년 365일 주민을 위해 살다 가셨어요"

아프리카 수단서 복음…'미주아프리카 희망 후원회' 설립
1년반 전 대장암 진단, 힘든 투병에도 웃음 잃지 않아

2008년 '남가주 성령쇄신대회' 때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 및 교육 선교를 하는 한국인 신부로 특별 초청되어 한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이태석 신부(48세 살레시오 수도회)가 지난 13일(한국시간 14일 새벽 5시35분) 선종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이곳 한인들 특히 2008년 성령대회 후인 지난해에 남가주에서 설립된 범 종교차원의 '미주아프리카 희망 후원회'의 관계자와 600명이 넘는 후원자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미주종교평화 협의회의 상임대표로 후원회를 돕고 있는 양현승 목사는 추모 웹사이트를 통해 "진심으로 신부님을 위해 기도하고 이루지 못한 아프리카의 톤즈 주민들에게 계속해서 희망과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후원회를 적극 도울 것"이라는 추모 기도문을 올렸다.

후원회 회장인 김효근 신부는 소식이 전해진 13일 저녁 토런스의 성 프란치스코 한인성당에서 이태석 신부를 위한 연미사와 연도를 시작해 15일까지 3일 동안 계속했다.

토요일인 16일 오후5시에는 추모미사를 한인 신자를 비롯한 후원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드렸는데 연도 첫날 300명이던 추모자들이 이 날에는 성당을 빼곡히 가득 메웠다.

"원래 이 날이 첫 창립총회가 있는 날로 미사는 후원회원들을 위한 생미사로 계획했는데 이태석 신부님의 추모미사가 되어 총회에 참석한 신자들과 후원자들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했다"고 이인석 간사는 전했다.

추모미사에는 후원회를 창립 때부터 돕고 있는 미주 지구촌 공생회 현철 스님을 비롯해 미주서부지역 원불교 정안 교무와 성공회 김요한 신부 등이 참석했다.

이태석 신부는 부산 경남고등학교를 마친 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1987년 내과). 군의관을 제대한 후 곧바로 살레시오 수도회에 입회 광주 가톨릭 신학대학과 로마 살레시오 신학대학교를 마친 2001년 사제서품을 받자마자 지금의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 마을을 지망해서 사제로서 첫 시작을 했다.

형(이태영 신부 성프란치스코 한인성당 주임으로 계시다 지난해 귀국)을 비롯해 가족환경이 종교적인 이 신부는 '너희과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복음 25장 40절)'는 성경 말씀을 가장 좋아했다. 로마 유학생 시절 여름방학을 이용해 '가장 작은이들'이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했고 그 때 아프리카가 떠올라 가보기로 했다.

케냐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활동하는 인도 출신의 신부를 우연히 만나게 됐고 그가 수단으로 가는 중이라며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간 곳이 바로 톤즈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 신부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살 곳'임을 알았고 모든 신학공부를 마치고 사제서품을 받자마자 자원해서 '뼈를 묻기 위해'병원도 학교시설도 또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정말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톤즈로 2001년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신부를 도울 사람들은 주변에 없었다. 현지 의사는 이 신부가 유일했고 간호사는 인도출신의 수녀가 전부였다.

우선 직접 흙으로 병원 비슷한 것을 지어 오전에는 환자를 보고 오후에는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이웃 마을에서까지 환자가 와서 하루에 200명이 넘는 환자를 보게 됐고 아이들 역시 처음엔 200명 정도가 점차 1000명이 넘어 학교 시설이 절실하게 됐다.

결국 한국에서 도움을 청하게 됐고 2004년 한국에서 수단 어린이장학회가 마련됐다. 미주지역에는 2008년 성령대회때를 인연으로 지금의 후원회가 설립되어 올해 1주년을 맞을 때 이태석 신부의 선종소식에 접하게 된 것이다.

거의 24시간을 주민을 위해 생활해 온 이 신부는 1년반 전에 한국에 가서야 자신이 대장암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16차례나 힘든 항암치료를 잘 견뎌내며 평화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임종은 가족들과 형인 이태영신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석 간사는 "처음부터 종교를 떠나 정말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길 원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으로 출발한 만큼 신부님의 그 뜻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봉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위한 봉사가 되어야 진정한 봉사라는 생전의 신부님의 말씀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후원회 웹사이트 www.shukuranbaba.com

글.사진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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