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TV와 할리우드의 경쟁을 먹고 큰다… 영화 '아바타'로 본격화한 3D 입체영상 시대
라스베이거스 CES선 3D TV 신제품 발표 줄 이어
한국도 위성전문채널 송출시작…월드컵도 3D 중계
1997년 말 개봉해 전 세계에서 18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타이타닉' '아바타' 모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다.
캐머런이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아바타'로 흥행사를 다시 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한 가지는 이미 분명하다.
'아바타'는 거실의 소파에 누워서도 TV와 DVD로 또는 컴퓨터 모니터와 다운로드 파일로 고화질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이 시대에 영화관에 가야 할 뚜렷한 이유를 제시했다. 전례 없이 높은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아바타'의 디지털 특수효과는 큰 스크린에서 즐기는 것이 제맛이기도 하려니와 그중에도 3D입체효과는 집에서 맛보기 힘든 체험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바타'를 반복 관람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입체가 아닌 여느 2D상영관과 3D상영관 그리고 3D 중에도 고화질인 아이맥스3D까지 세 번을 보고 비교하는 관객들도 있다. 관람료는 3D가 훨씬 비싼데도 3D상영관부터 예매가 매진되는 중이다.
여느 상영관의 관람료가 8000원 안팎인 반면 3D 상영관의 관람료는 1만3000~1만6000원이다. 이런 관람료 격차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가 진작부터 3D 기술 개발과 제작에 공을 들여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관객수가 정체된 영화시장의 새로운 활로로 3D를 주목한 것이다.
'슈렉' 시리즈의 제작자로 이름난 제프리 카젠버그는 2년 전 전 세계 기자들을 자신이 CEO를 맡고 있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불러모아 이렇게 말했다. "3D영화는 발성영화의 등장 컬러영화의 등장에 이은 영화사의 새로운 혁명이 될 것"이라고.
과장이 아닐까 여기는 기자들에게 그는 "2009년 말이면 첫 번째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도 말했다. 드림웍스의 '몬스터 vs 에이리언'과 디즈니.픽사의 '업' 같은 애니메이션에 더해 폭스의 '아바타'까지 메이저 영화사마다 굵직한 3D 작품을 2009년에 내놓는 것을 염두에 둔 답변이었다.
그중에도 '아바타'는 카젠버그의 예견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실히 보여줬다. 할리우드는 올해도 팀 버튼 감독의 실사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약 20편의 3D작품을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관에 가야 할 이유 생겼다
물론 영화사들의 의지만으로 3D의 확산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3D를 상영하려면 각 극장에 영사기 등 새로운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는 미국시장을 기준으로 스크린 하나당 10만 달러가 든다. 캐머런이 '아바타'를 준비하던 2005년만 해도 100곳이 채 못 되던 미국의 3D 스크린은 지난해에는 40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래도 4만여 개가 넘는 미국 전체 스크린 수에 비하면 아직 10%를 좀 웃도는 수준이다.
힌국에서는 전국 약 2200개의 스크린 중 3D가 약 120개다. 이 중 약 40개가 '아바타'의 개봉을 앞두고 새로 추가된 것이다. '아바타' 같은 대작 콘텐트가 극장 측의 투자를 이끌어낸 셈이다.
사실 3D입체영상의 원리는 새로운 발견이 전혀 아니다. 인간의 양쪽 눈은 평균 6.5㎝ 떨어져 있다. 자연히 양쪽 눈이 각각 보는 영상이 조금씩 다르다. 인간의 두뇌가 이를 합성해 입체감을 인식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3D영화를 볼 때 쓰는 안경은 2개의 영상을 적색.청색 서로 다른 색깔의 셀로판지나 가로.세로로 빛의 진동 방향이 다른 편광 필터 등을 통해 양쪽 눈에 각각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이미 50년대에 입체영화 제작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60년대 말 '천하장사 임꺽정' 등 입체영화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의 조야한 3D는 이내 인기가 식었다. 할리우드는 이후에도 흥행작을 3D로 만들어 재개봉하곤 했지만 3D는 장편영화보다는 놀이공원.이벤트 행사장의 짧은 볼거리에 적합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21세기에 3D가 새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디지털 기술로 한층 정교한 효과를 구현하는 일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제작 과정이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비교적 손쉽게 입체 효과를 가미할 수 있게 됐다.
◇눈 피로 막을 안전기준 마련해야
아이러니한 것은 '아바타'가 이처럼 영화관에서 3D의 위력을 본격적으로 과시하는 지금 안방극장에도 3D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점이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소비자가전쇼(CES)에서는 전 세계 TV시장을 주도하는 한국.일본의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3D 기능이 갖춰진 TV를 선보이고 있다.
방송사도 나섰다. 세계적인 스포츠채널 ESPN은 올여름 남아공 월드컵에 맞춰 3D 전문채널을 신설할 계획을 이달 초 발표했다.
디스커버리도 아이맥스.소니와 손잡고 내년 중에 3D채널을 만들 계획이다. 3D TV는 국내에 이미 등장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여름 47인치 LCD로 3D TV를 400만원대에 처음 출시한 데 이어 올해도 더욱 다양한 3D TV를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연내에 3D TV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3D TV 역시 3D영화와 같은 원리다. 문제는 TV도 현재로서는 영화처럼 입체안경을 쓰고 봐야 한다는 점이다. 고정된 좌석에서 2시간 안팎을 집중해 보는 영화와 달리 TV는 소파에 눕든 엎드리든 시청 방식이 한결 다양하고 느슨하다.
가전사들은 10여 년 전 등장해 이제는 일반화된 HD TV의 뒤를 이을 신상품으로 3D TV를 내세우고 있지만 입체안경을 쓰는 불편을 감수할 시청자가 얼마나 많을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여기에 각종 기술표준이 정해져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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