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늘어나는 한국 의료관광-1] 한인 무보험 비율 백인의 5배
"병원갈 시간·여유도 없어요"
#. 지난 해 5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K씨(45.어바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항공권을 구입하면서 의료관광 상품도 함께 예약해 도착 다음날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위암 판정을 받은 것. 전부터 소화도 잘 안 되고 가끔 아프기도 했지만 바쁜 이민생활에 병원 갈 시간도 없고 병원 비용도 비싸 검진을 차일피일 미뤘던 것이 결국 암을 키웠던 것이다. 다행히 의료관광 덕에 늦게라도 알게 됐고 곧바로 한국내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한인 이민자들은 K씨의 사례에서 보듯 바쁜 이민생활로 인해 건강관리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높은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보험가입을 꺼리다 보니 자연스레 크게 다치지 않는 한 병원을 방문할 길이 없다. 그나마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가능하지만 바쁜 업무에다 주치의를 찾아가 내시경 촬영을 해보려 해도 보험사의 승인을 기다리느라 몇차례 병원을 방문해야해 내시경 검사 한번 받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직장인 김기수 씨는 "회사가 가입한 건강보험에 정기검진도 포함돼 있지만 주치의를 만나 내시경 검사를 받으려면 또다시 보험사의 승인을 기다려야 해 날짜가 잡혔도 일이 바빠 그냥 지나치곤 한다"면서 "크게 아픈 곳도 없고 더욱이 요즘은 업무가 바빠 병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들의 부실한 건강관리는 지난 해 코리안복지센터(관장 이지연)가 OC지역의 한인건강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결과 한인 무보험자 비율은 33.3%로 백인계(6.6%)에 비해 5배에 달했으며 OC 전체 주민의 15.1%와 비교해도 2배가 넘었다. 무보험 아동 비율도 27.7%에 이르고 있다.
설문응답자의 33%는 “지난 1년간 병원에 가 본 적이 없다”고 답해 한인들의 건강관리 의식이 얼마나 소홀한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줬다.
더욱이 무보험자는 감기 등 사소한 질병으로 병원을 방문하더라도 진료비, 약값 등으로 100달러 이상이 지불해야 하는데다 부러지거나 다칠 경우엔 1000달러 가까운 치료비를 부담할 수 밖에 없어 병원에 갈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큰 질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보험 유무에 관계 없이 치료비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미 의료관광협회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심장 혈관 수술 비용은 평균 14만4000달러에 달하며 간 이식 수술은 31만5000달러, 무릎 수술은 5만달러 이상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바쁜 이민생활, 높은 보험료와 의료비용은 결국 한인들이 상대적으로 치료비가 저렴하며 신속히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한국 의료관광을 선택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아주관광 박평식 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의료관광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의료관광 고객 중 OC 출신은 10명 중 3명 정도”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특히 오렌지카운티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한인들이 많아 프리미엄 상품을 선택하는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중·하편은 내일부터 오렌지카운티 섹션에 게재됩니다>
백정환 기자 bae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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