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석 기자의 헤일 매리] '가증스런' 맥과이어의 고백
그래도 이리 저리 잘 피한다.왕년의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사진)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며 사과를 표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실토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타격 코치에 임명돼 일단 고해성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겉으로만 사과이지 그가 한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좀 아파서 스테로이드를 한 것 뿐이다'라는 식이다. 그는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며 더 나아가 "홈런을 많이 때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실력만큼은 의심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1998년에 세웠던 70개 홈런도 스테로이드의 도움없이 충분히 올릴 수 있는 기록이었다고 주장했다. "스테로이드가 눈과 손의 조화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며 73홈런으로 맥과이어의 홈런 기록을 깬 배리 본즈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본즈 역시 스테로이드로 만들어진 선수다.
맥과이어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은 1987년. 당시 그는 6피트 5인치에 225파운드로 호리호리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며 그의 체중은 250파운드로 부쩍 늘어났다. 팔 다리도 근육질로 변모해 마치 프로레슬러를 방불케 했다.
'눈과 손의 조화(eye and hand coordination)'를 언급할 때는 뻔뻔함마저 느껴졌다.
전 에인절스 투수 브라이언 앤더슨도 눈물을 흘리며 고백하는 맥과이어를 보고 역겨움을 표했다. "그가 친 홈런은 말도 안되는 홈런이었다. 한 번은 (클리블랜드 홈 구장) 제이콥스 필드에서 버드와이저 사인을 맞춘 적도 있었다. (애리조나의) 뱅크원 볼파크에서는 타격연습 때 장외포를 날린 것도 봤다"며 순수한 스윙의 힘으로 기록을 올렸다는 맥과이어의 말에 분개했다.
메이저리그 '악동'에서 이제는 '정직한 남자'로 업그레이드된 호세 칸세코도 맥과이어의 고백에 코웃음을 쳤다. 맥과이어는 고백 도중 "경기 중 화장실에서 칸세코가 나에게 스테로이드 주사를 놔준적은 없다"며 칸세코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미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한 바 있는 칸세코는 "내가 주사놓은 걸 내가 기억 못할 것 같나? 맥과이어가 거짓말을 하는 지 내가 거짓말을 하는 지 대중이 보는 앞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가려보자"고 제안했다.
칸세코는 자서전 '약물에 취해(Juiced)'를 통해 '스테로이드가 없었다면 나는 절대 메이저리거가 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맥과이어가 이제는 사실을 실토했으니 그를 명예의 전당에 헌액시킬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참고로 양키스의 로저 매리스가 1961년 61홈런으로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37년이 지나 맥과이어에 의해 깨졌다. 만약 스테로이드 시대가 아니었다면 이 기록은 '진행중'이었을 것이다.
매리스는 아직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지 못했다. 하물며 약물의 힘으로 그의 기록을 깬 맥과이어가 오른다면 무덤에 있던 매리스가 벌떡 일어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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