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현실 무시한 한글교육 예산지원
서우석/사회 차장
그러나 정부 예산 정책의 이면을 보고 난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기쁨보다는 씁쓸함이 더 많이 묻어났다.
2배로 늘어난 교육 예산의 대부분이 ▷영주권자.시민권자 등 해외에 삶의 터전을 잡은 재외동포 보다는 해외에 일시체류중인 재외국민 자녀에 편중되고 ▷주말에 한국어와 한국사 한국문화를 배우는 '한글학교' 보다는 한국과 동일한 정규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아시아.남미.중동 지역 '한국학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주권자 이상 이민자들이 대다수이고 한국학교는 단 한 곳도 없는 미주 지역에 돌아올 혜택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LA지역 한글학교의 한 관계자는 "지역과 학생 규모 모두를 따져봐도 한국학교보다는 한글학교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면서 "한글학교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내는 의견이 수렴되지 않고 있는 정부 예산정책이 아쉽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냈다.
수치상으로 보여지는 차이는 더욱 현격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재외국민 교육예산으로 책정한 695억원 중 75%가 넘는 523억7100만원을 재학생들의 90%가 일시체류자인 한국학교 지원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인 반면 재외동포재단이 한글학교 지원에 투입하는 예산은 65억원에 그쳤다. 8배가 넘는 차이다. 특히 한국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은 올해 재외동포재단 예산인 401억6000만원보다도 122억원 이상 많다.
한글학교는 규모상으로는 한국학교(15개국 30개교.학생 1만800여명)보다 10배 이상이다. 동포재단에 따르면 110개국 2111개 한글학교에 12만8046명이 재학하고 있다. 특히 절반 가까이는 미국(1011개교.5만4947명)에 집중돼 있으며 재학중인 일시체류자 자녀도 3000명이 넘는다.
재외 한인들의 교육 예산 집행을 2개 부처로 확실하게 구별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수치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재외동포.한글학교보다 일시적으로 한국을 떠난 재외국민.한국학교를 더욱 중시하는 정부의 예산 정책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한국과 같은 교육과정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정규 교사 이주비용 및 임금 등 한국학교의 운영비가 많이 들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또 한국학교가 있는 국가들 중 상당수가 미국처럼 제대로 된 공교육과 한글 교육을 동시에 받을 수 없다는 조건이라는 것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 정규학교 과정이 아니라고 주말 한글학교의 교육이 한국학교와 다른 대접을 받는 현실과 700만 재외동포 지원을 전담하는 재외동포재단에 할당되는 예산 규모를 보면 '재외동포는 21세기 한민족 발전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늘상 강조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 그야말로 말 뿐임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미주 한인 2세들에게 있어 한글학교는 곧 한국학교다. 한국어는 물론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그것은 미국서 한두 해를 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시체류자들의 자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해외 한인 최대 집결지인 미주 지역 2세들이 훗날 한미 양국에 미칠 영향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 교육 정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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