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한국 정치권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김석하/로컬 에디터
초기부터 지도부가 와해됐고 이후 눈에 띄는 활동도 미미했다. 참정권 시대를 앞두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미주본부 단체라는 점에서 내외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지만 용두사미가 된 꼴이다.
문제는 포럼의 와해가 과열된 한국정치 참여, 한인인사들의 분열, 주먹구구식 단체구성 등 일방적으로 한인사회의 잘못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US한나라 포럼은 정확하게 말하면 한나라당의 실패작이다.
성급하게 재외동포 사회를 우군화하려다가 혼선을 빚었고 끝내는 ‘버린 것’이다. 그 사이 한인사회는 철저하게 들러리가 됐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포럼의 탄생은 한나라당의 지시였다.
2007년 말 참정권 법안의 통과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가장 표가 많은 지역인 미주 한인사회를 공략하는 방안을 재빨리 준비했다.
한나라당 중앙위원회가 주축이었다. 포럼의 출범 소식을 한인사회에 처음으로 알린 사람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산하 이용태 해외동포 분과위원장이었다.
이용태씨는 2007년 12월5일 회견에서 조직도를 밝히고 미주본부 위원장에 김진형씨를 위촉ㆍ발표했다.
이후 두달도 안 돼 출범식이 열렸고 이군현 중앙위원회 의장이 참석했다. 하지만 포럼은 이미 와해를 예고했다. 명칭이 발단이었다.
이용태씨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미주본부’를 주장했다. 한나라당 직속 단체를 강조하려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김진형씨는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 당 명칭으로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당’을 뺀 US한나라 포럼을 주장했고 뜻을 관철했다.
이즘 한나라당 내에서는 “US한나라포럼은 (법적으로) 한나라당과 전혀 상관 없는 조직”이라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몽준 당시 최고위원은 3월 “당이 공식적으로 조직화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4월에는 이용태씨가 포럼내 참정권 운동인사를 결집, 다음 달 참정권실천연합회를 구성해 집단 탈퇴했다.
결국 출범 세달여 사이 US한나라 포럼은 껍데기만 남게 됐다. 8월에는 김진형씨마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박형만 위원장이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다.
US한나라 포럼의 실패가 주는 교훈은 뚜렷하다.
한인사회가 한국 정치권에 의해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구도는 이렇다. 정점에 여야 각 당(국회의원)의 지시나 요구가 있고, 중간에 한국정치에 욕심이 있는 한인 인사가 나서 세를 규합하고, 이를 통해 한인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권으로서는 잘 안 풀리면 버리면 그만이다. 욕은 한인사회로 돌아오게 되고, 그 사이 우리끼리 반목하고 질시하게 된다. 정치권은 ‘분열’이라는 단어로 한인사회를 매도한다.
앞으로도 한국 정치권과 미국을 방문하는 국회의원들은 여러 시도를 할 것이다.
입맛에 맞는 단체 구성을 뒤에서 조종하고, 재외 공무원을 활용하고, 선심성 자리를 약속할 것이다.
그 와중에 많은 한인들이 속된 말로 ‘갖고 놀림당하다가 팽 당할’ 개연성이 짙다. 걱정되는 것은 그들 몇몇 때문에 미주 한인사회가 도매금으로 바보가 되는 것이다.
2008년 2월5일 재외국민 선거권 허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통과는 사실 정치권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했다.
여야가 마치 자신들의 업적처럼 말하지만 ‘순 거짓말’이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2007년 말까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판결한 상황이었고, 해를 넘긴 법안(위헌 법률)으로는 당장 4월 교육감 선거를 치를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2009년 1월1일부터 2월4일까지 35일간, 당리당략으로 인해 나라의 일꾼인 공무원을 뽑을 수 없는 ‘무법 상황’이었다.
한국 정치권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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