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딜로이트 공동기획 '이노패스트 15'-1] 네오세미테크
태양광 막히면 LED로 뚫는다…그린 에너지 '투톱 기술' 적중
"공정 혁신 단가 반으로…2년뒤 매출 4배 목표"
중앙일보는 15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스토리를 소개하고, 이들에 대한 딜로이트의 전문적인 컨설팅을 곁들임으로써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조명할 예정입니다. 또 매년 이들 기업의 성과를 다시 취재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도 분석해 나가겠습니다.
"2011년 매출은 적게 잡아도 1조원은 넘을 겁니다."
인천에 본사를 둔 네오세미테크의 오명환(50.사진) 사장이 내놓은 2년 후의 매출 전망치다. 그런데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2500억원. 불과 2년 만에 매출을 네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거다. 당장 경기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판에.
"1조원 절대 허풍이 아닙니다."
그가 과거 자료를 내민다. 2002년 이후 2007년까지 이 회사의 매출은 100억~300억원대였다. 그러나 2008년엔 1032억원으로 전년(314억원)의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이게 2009년에는 전년의 2.5배로 뛰었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2년간 두 배씩 성장해 1조원 매출도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그의 전망은 그렇게 단순한 어림셈에서 나온 게 아니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그의 자신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린 에너지 열풍이 불면서 각광받고 있는 산업이 태양광 발전과 발광다이오드(LED) 분야입니다. 남들은 하나를 잘하기도 어렵지만 우리는 두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지요."
이 회사는 태양전지와 LED의 재료로 사용되는 반도체 잉곳(덩어리) 전문 제조업체다. 오 사장은 "LED용과 태양전지용 반도체를 모두 생산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우리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태양광용 실리콘반도체다. 매출의 80%가 여기서 나온다. 문제는 기술장벽이 그리 높지 않은 품목이라는 거다. 경쟁이 치열해져 금세 '레드오션'이 될 위험이 있다. 태양전지 시장의 과잉 공급이나 각국의 정책 변경 등으로 비틀거릴 수도 있다.
그래도 오 사장은 걱정하지 않는다. 태양광용 반도체 잉곳의 매출이 주춤하면 즉각 LED용 반도체로 방향을 틀 수 있기 때문이다. 네오세미테크는 최근 대만의 두 개 회사에 LED용 반도체 웨이퍼 1억6400만 달러(약 1900억원)어치를 3년간 공급하기로 하는 등 공급 계약을 잇따라 맺었다. 또 언제라도 양산에 돌입할 준비가 된 첨단 반도체 잉곳 기술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하나가 막히더라도 제2 제3의 동력이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네오세미테크가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압도적인 수익력이다. 오 사장은 "우리 제품의 생산단가는 경쟁사보다 30~60% 정도 낮다"며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내년에 4 5공장을 짓는 건 품질과 가격 경쟁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의 비밀은 이 회사가 200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속공정법'이란 기술에 있다. 1300도의 고온에서 연속적으로 반도체 잉곳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잉곳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300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됐다.
시간은 효율로 효율은 곧 수익으로 이어졌다. 네오세미테크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은 지난해 35%. 즉 1000원어치를 팔아 350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2008년 결산 한국 563개 상장사는 평균해 1000원어치를 팔아 38.7원을 남겼다.
2000년 창업 후 2년도 안 돼 이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결정적인 것은 역시 오 사장의 전문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1984년부터 LG전선(현 LS전선)에서 10여 년간 갈륨비소 연구에 매달렸다. 2000여 편의 해외논문을 독파했고 갈륨비소로 박사논문도 썼다.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업체들과 상담하느라 수시로 일본을 드나들었다. 그러나 회사가 갈륨비소 연구를 중단하자 그는 독립했다.
"창업 후 처음엔 반도체용 장비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이걸로도 벌이가 쏠쏠했지만 갈륨비소 반도체 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늘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갈륨비소는 초기 자금만 100억원 넘게 드는 까닭에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런데 벤처 붐 영향으로 투자자가 나서면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고 결국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갈륨비소 반도체를 팔아 첫해부터 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회사를 한 단계 상승시키기 어려웠다. 이미 해외 선발 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상태였고 추가 연구엔 끊임없이 거액이 필요했다.
그러다 2005년 네오세미테크의 갈륨비소 제조 기술을 잘 알고 있는 한 해외업체가 "태양광 실리콘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제안해왔다. 오 사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적시에 투자와 개발을 했고 이를 통해 1000억원 매출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럼 세계시장에 네오세미테크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오 사장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 태양광.LED용 반도체에서 기술독립을 선언할 정도가 됐을 뿐"이란다. 그러나 그는 "세계 시장 점유율 10%만 넘기면 그때부터 절반으로 끌어올리는 건 쉽다"며 "한국이 화합물 반도체의 강자로 부상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