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국제화 시대의 지도자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인 자녀들과 한국 유학생들이 장래에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로 성장하면 좋겠다. 공부 열심히 해서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다른 나라들의 번영까지도 지원하는 지성있고 고귀한 사람들로 자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간의 성적 관리나 시험 준비, 보다 나은 학교로의 진학 등의 입시 문제로부터 할 걸음 더 나아가, 세계를 보는 시야와 안목을 갖도록 해야하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상상력을 심어 줘야 한다.청소년 시절에 많은 독서를 하고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글을 잘 쓰기 위함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분명 세계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 그들은 자신들이 후에 지도자로서 만나 싸우게 될 문제들을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예술 등에 관해 더 많이 공부한 사람, 국제 사회의 질서와 세계 여러 나라들의 보편적 필요 사항을 청소년기부터 많이 접한 지도자가 상대적으로 더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할 것은 분명하다.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이 고교 시절에 자신의 미래를 미리 점치고 세계의 기아 문제, 환경 문제, 빈곤 문제, 보건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을 리는 만무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린 시절,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공부했을 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그들이 오늘의 자리에 가기까지에는 어린 시절 그들이 읽은 책들과 신문들이 그들의 눈을 열어주고 길을 제시하였을 것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뉴스를 보아야 하고 세계의 곳곳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늘 알아야 한다. 당장 자신과 관계 없어 보이는 문제들, 딴 세상 이야기 같은 소식도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이 머지 않은 장래에 세계의 지도자가 되고, 한국이 세계를 이끄는 지도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의 역사로부터 나온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완전 폐허였던 나라가 50년 만에 세계 10위 내외의 경제 국가로 성장한 것은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기 말을 못쓰게 하는 혹독한 식민지를 35년 경험한 나라가 연이어 300만 이상의 사망자를 낸 전쟁이 남긴 상처를 극복하고 세계 무대에 등장한 것은 기적과 다름없다.
지금 세계 경제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나라들이 대부분 100년 전에도 10위 권에 있었음을 알면, 한국의 경제 성장은 의미하는 것이 수없이 많다. 지금 고난에 처한 나라들, 발전을 원하는 나라들이 한국을 보면서 용기를 얻고 한국으로부터 배우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이 미래 세계의 지도 국가가 되고, 우리 자녀들이 세계를 이끌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는 여기에 있다.
근 현대에서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전쟁을 하면서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적 없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사람과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하나로 여기면서 나도 남도 함께 잘 살기 위해 애써 온 민족이다. 지나가는 과객에게 기꺼이 잠자리를 제공했던 민족, 오래 전부터 남의 논에 모심기와 벼베기를 함께 해 온 민족이다.
흔히 자원봉사 문화가 우리에게는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지만, 함께 일을 하는 ‘품앗이’의 풍습은 우리가 이미 자원봉사를 통해 서로 돕는 삶을 살았다는 증거이다. 새마을 운동은 스스로 모여 마을의 일을 함께 한 아주 큰 규모의 자원봉사 캠페인이자, 한 국가를 변모시킨 국가적 사업이었다. 그러니 우리에게 높은 수준의 국민 의식이 이미 있었고, 그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만 애써 온 우리들이 아니었음을 다 함께 인식하면 좋겠다.
국민 모두가 평균적으로 배고픈 시절을 보낼 때, 배고픔을 극복하고 개인의 경제적 부를 이루는 것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것은 당연했다. 남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며, 이웃을 돌아볼 틈도 없었다. 나부터 바로 서기 전에 남을 챙기는 것은 꿈도 못꾸었다. 그러나 부모들이 자랄 때와는 현저하게 다른 시대를 사는 자녀들에게는 더 큰 시야를 갖도록 이끌어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은 앞서가는 일방의 유익을 추구하지 않고, 쌍방의 유익을 만드는 국가간 협력의 무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성장해야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식민지 생활과 전쟁의 아픔을 겪은 국가가 가난을 이기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후 세계 무대에서 자기 소리를 내게 된 것은 지구상에 한국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빈곤 문제로 싸우는 나라들의 수고를 알며, 경제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국가를 조언할 수 있다. 오늘 세계를 무대로 힘과 돈만으로는 못하는 일을 척척 하는 한국은 장래에 세계를 위해 일할 지도자들인 우리의 자녀들을 바르게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부모들의 인식 변화이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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