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장로병원 한인의사들-1] 송수일 정형외과 전문의
"힘든 수술일수록 도전 욕심…환자 완쾌됐을때 가장 행복"
'돈버는 상인' 취급엔 상처받기도
"할리우드 장로병원과의 인연은 82년 동부쪽에서 가주로 처음 와 개업하면서부터 시작됐어요. 한국사람이 병원의 주인이 되니 더욱 제 집처럼 느껴집니다."
송수일 정형외과 전문의는 무엇보다 한인 커뮤니티에 뭔가 봉사하려는 병원 측의 배려가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68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다시 4년동안 정형외과 전문의를 수료한 송박사가 미국에 온 것은 74년이었다. 워싱턴 DC에 있는 워싱턴 하스피틀 메디컬 센터에서 일반외과 인턴과 레지던트를 한 후 보스톤의 타프츠(Tufts) 의과대학에서 물리재활 전문의 카니하스피틀에서 매스제너럴 정형외과 프로그램을 끝내고 이 곳 가주로 왔다.
"당시 윌셔에 개업을 했는데 여러 면에서 할리우드 장로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나 또 한인 환자입장에서나 편리하다고 생각했지요. 그 인연이 지금 28년째가 되네요."
정형외과 쪽이 의사로서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로서 볼 때 그 결과를 가장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것 또한 정형외과이기 때문에 보람도 그만큼 크다"며 해 볼 수록 "수술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팔이 부러져서 움직이지 못하던 환자가 수술을 받고 제 앞에서 자유롭게 움직여 보일 때가 정형외과 의사로서 아마도 누구나 느끼는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라며 특히 난해하고 힘든 경우일수록 그만큼 환자의 고통도 크게 느껴져 더욱 도전하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기억에 남는 환자 케이스에 대해서는 "30년 넘게 환자를 보아서 일일이 다 기억하기는 힘들다"며 2~3년 전 무릎수술을 성공적으로 해 준 흑인 여성을 떠올린다. 체중이 300파운드 이상이 되어 수술 자체도 힘이 들 뿐 아니라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정형외과 의사들이 꺼리던 환자였다.
그 환자가 송박사에게 왔을 때 그 환자는 이미 여러 의사들을 거친 후였다. 일단 체중을 어느 선까지 줄인 다음에 수술을 해보자는 의견이었기 때문에 거의 낙담상태였다. "특히 흑인들의 경우 과체중은 유전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그들 입장에서는 '잔인한 요구'라고 설명한다.
송박사는 중년이 넘어 허탈해 하는 그 환자를 본 순간 '그러면 내가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상 힘든 수술 끝에 다시 혼자서 걷게 됐다. "회복된 후 찾아와 어린애처럼 내 앞에서 '닥터 송 이것 봐요'하며 걸어 보이고 좋아할 때 정형외과를 하길 잘했구나 뿌듯함을 느꼈지요."
그러나 간혹 상처를 주는 환자들도 많다고 털어 놓는다. "누군가 그랬다지요? 우리 의사들은 '상처받은 치유자'라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환자를 치료해 주지만 그 환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도 받기 때문이지요."
한인의사보다 미국인 의사가 더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찾아간 후 치료가 안되자 다시 한인의사를 찾아오는 환자 수술을 꼭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돈을 벌기 위해 그런 것이라 편견을 갖는 환자 무리하게 '기적'을 요구하며 무능한 의사로 몰아부치는 환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며 씁쓸하게 웃는다.
환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우리 의사는 상인이 아니다"며 짤막하지만 의미 깊은 말을 남긴다.
글.사진 김인순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