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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073] 화가 윤경렬…그림을 통해 자유를 추구하다

스페인에서 살면서 유럽 미술 습득…지금은 미국 생활·정서 작품에 담아

화가 윤경렬씨는 1947년 전남 강진에서 출생했다. 서라벌예고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국립대학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으로 와 현재는 뉴저지주 데마레스트에 거주하면서 미국과 한국, 유럽 등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예술의 전당 등 유수의 전시장에서 5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수십차례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윤씨는 문예의 향기가 스민 강진에서 자라면서 어린 시절부터 일찌감치 미술에 대한 소질을 보였다. 그는 어린 나이에 손재주가 비상해 학교 교사들의 부름을 받아 도장을 파기도 했고, 학교의 환경정리를 도맡아 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화업을 이루는 길은 험로였다. 윤씨는 서라벌예고를 졸업한 후 생활을 위해 아동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각고의 세월을 지내면서도 윤씨는 그림에 관한 타고난 재능에다, 많은 독서와 깊은 사색을 통해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1980년대 앙데팡당전과 서울현대미술제, 동아미술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국 추상미술 분야의 한 축으로 떠오른다.

그러던 그는 88년 가족과 함께 훌쩍 스페인으로 건너간다. 마드리드대에 적을 둔 윤씨는 새로운 유럽 미술을 배우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정신세계를 심화, 창작에 전념한다. 그리고 7년의 스페인 생활을 마친 윤씨는 95년 다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다.

이 시기에 윤씨는 풍경을 바탕으로 사람 얼굴과 춤추는 사람 모습이 흩어지고 모아지는 추상 작품을 그린다. 전체적으로는 담백한 색감이지만 활달한 붓질이 화면 전체에 분방하게 펼쳐져 조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검은색과 회색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듯 말 듯 순수 조형과 조화를 이룬다. 한편으로는 유화나 아크릴 물감 등으로 그린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이 시기 윤씨의 그림에 대해 미술평론가 이구열씨는 이렇게 풀어 썼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을 떠난 뒤 그의 작품에 빚어졌던 은밀한 한국성 유념과 동양적 감성의 순수 형상 지향이 색상을 억제한 회색 분위기의 심의적인 추상풍경이다. 미국에서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최근 작품들은 그의 예술의식의 깊이 있는 진전을 엿보게 하고 있다. 그 화면들은 현저하게 단순해지고 있으며, 담백한 표현미를 느끼게 한다.”

이후 뉴욕 시대가 깊어지면서 윤씨의 작품은 다시 한번 내면적인 심화 과정을 갖는다. 미국의 생활과 정서가 그림 안에 깊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이제 추상과 구상의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최근에는 다리 등을 소재로 관계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 불교의 연기론과 같은 것이지만 개인과 사회, 우주는 모두가 연결된 것입니다. 그러한 관계성을 일상에서 발견되는 선이나 공간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은유적 표현이지만 이러한 그림을 통해 생명의 활력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윤씨는 이러한 자신의 그림을 ‘존재에 붙이는 시(詩)’라는 말로 설명한다. 윤씨가 유독 ‘그림’과 ‘시’를 연결시키는 것은 그가 내면적으로 시인으로서의 깊은 시심과 철학가로서의 깊은 사유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씨는 작업 노트를 통해 간단치 않은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는 예술과 그림을 이렇게 요약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 존재 이유와 가치, 무엇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이를 고집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현실과 상상, 이념과 형식의 적절한 조화, 우수의 본향, 막연한 갈증, 미명에 그어대는 성냥불의 순간처럼 수없이 그렸다가도 지워버리는 반복행위, 환희와 좌절의 교차, 줄을 떠난 연이 아득히 멀어져 가버리는 아쉬움. 고향 땅 겹겹이 둘러싸인 산맥 너머로 탈출의 갈망을 키우던 어린 시절의 추억…. 내 작품의 이미지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러면서 윤씨는 자신의 작품 세계와 예술 노정을 ‘자유’라는 말로 압축한다.

윤씨는 “예술은 생명력과 함께 궁극적으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작가로서 활동하기에 여러 가지 어려운 면도 있지만 작가는 크고 굵어야 하기에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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