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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65] 백악관 초청으로 클린턴 대통령과 만남···세계 지도자로서 풍기는 아우라에 빠져

1998년은 클린턴 대통령 2기의 중간선거가 있는 해였다. 나는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후보인 바버라 박서 후보를 지지하는 캠페인에 참여해 열심히 선거운동을 도왔다. 10월에 베벌리힐스에서 바버라 박서 후보의 기금 모금 파티가 열렸다. 나로서는 민간 정치 운동가로 변신한 후의 첫 행사였다. 그 파티에서 후원차 방문한 빌 클린턴 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와의 우연한 만남은 나에게 또 하나의 영감을 불어넣어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인물이었다. 그는 일일이 한 사람씩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나는 잠시 무슨 말을 건넬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막상 악수를 하고 한마디 하려는 순간 말문이 콱 막혀버렸다. 그에게서 풍기는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엄에 압도당하고 만 탓이었을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난생처음으로 만나는 미국 대통령의 아우라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 클린턴의 연설을 귀담아들었다. 처음에 원고를 꺼내는가 싶더니 안경을 가져오지 않아 읽을 수가 없다며 조크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 그의 연설은 1시간이 넘도록 경제 사회 국제 관계를 넘나들며 청산유수처럼 흘러갔다. 정말이지 달변이었다. 조금도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과 비전과 현실 문제의 해법을 설파하는데 나는 물론 온 장내가 그의 마력에 빠져들어가는 듯했다.

국 상류사회의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이런 행사에 함께하기는 내 생전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자리에 한인은 나밖에 없었다. 한인민주당협회 회장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유명 인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날의 분위기에 고무된 나는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눈 녹듯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정치인에게서 어떤 독특한 매력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현실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이 아직은 없던 때였지만 정치인도 얼마든지 멋있을 수 있다는 마음을 품게 만들어준 자리였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른 1999년 12월 나는 백악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청되어 클린턴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고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차례로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었다. 첫 만남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꼭 대통령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말을 하리라 다짐하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드디어 클린턴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물론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손을 잡은 상태에서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고 "우리는 지금 대통령이 가장 힘들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인사회는 당신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하고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이던 클린턴 대통령은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온몸에 전기가 쫙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낮고 굵은 목소리로 "생큐 베리 머치"라고 말했다. 내가 던진 위로의 한마디에서 진심을 감지한 것 같았다. 나 역시 그의 목소리에서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심정을 읽고 몹시 흐뭇했다.〈계속>

글.사진=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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